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이 최근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중국 유학생들의 출국을 금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중국 유학생 출국 금지 조치를 두 차례나 연장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지난 1월 겨울방학을 맞아 들어온 중국 유학생들이 코로나 때문에 다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이들의 출국은 2월 5일까지 금지됐는데, 이것이 20일로 연기됐다가 이번에 3월 20일까지로 기간이 한 달 더 늘어났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지난 1월 말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면서 앞서 귀국한 중국 유학생들의 발이 묶였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중국 유학생들은 당초 당국의 출국 금지 조치가 풀리는 20일 이후 중국으로 넘어가 새 학기를 준비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출국 금지 기간이 연장되면서 국내에서 한 달가량을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중국 유학생들의 출국 금지 기간이 연장된 배경과 관련, “일단 중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은 외교, 국방, 군사, 사회과학 부문 핵심간부의 자식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비루스(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귀한 자식들을 외국에 내보냈다가 비루스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북한)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병치레를 해야 하니,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출국을 일체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 대학의 학기가 통상 3월 초에 시작된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의 출국 금지 조치가 실제 내달 말까지 이어지면 유학생들이 부득이하게 현지 대학 강의에 출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학적(學籍)상의 불이익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중국 현지 대학 측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내달 20일까지 출국을 금지한 상태지만, 중국 대학 측과 조율에 실패할 경우에는 현지 학사일정에 맞춰 유학생들의 출국 금지 조치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북한 당국의 출국 금지 조치로 어쩔 수 없이 국내에 머무르게 된 중국 유학생들은 현재 평양 인민대학습당(우리의 국립중앙도서관 격)에서 세계과학기술통신 문헌조사 등 학습 및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북한 교육성은 지난 21일 이들 유학생들에게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 임시출입증을 발급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0년 완공된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은 학습을 목적으로 한 인터넷 사용이 허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원래 김일성대 전자도서관 출입증은 얼굴사진과 이름이 박혀 있는데, 중국 유학생들의 임시출입증은 사진 없이 이름만 박혀있다”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전자도서관 출입증을 중국 유학생들에게 발급해주고, 인터네트(인터넷)에도 접속할 수 있게 한 위(당국)의 조치에 평양 사람들은 굉장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출국이 금지돼 평양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유학생(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수는 약 400명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