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빠른 신종플루 확인 왜 나왔나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신종플루 발생설이 돌고 있는 북한에 대해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신종플루 발생 사실을 발빠르게 확인하고 나서 주목된다.


먼저 사회적 의료인프라가 극도로 열악한 북한이 현재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으로 매우 다급한 처지에 놓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플루 같은 고전파성의 전염병을 잡을 만한 의약품과 시설, 인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외적 위신만 신경쓰며 방치하다가는 자칫 손쓰기 어려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위험을 자초하느니 더 퍼지기 전에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급한 불’부터 끄자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신종플루 창궐로 지금까지 미국 3천900여명, 일본 100여명, 한국 117명 등 전세계적으로 8천700여명이 목숨을 잃은 터라 북한 당국으로서는 신종플루 발생 사실을 공개한다고 해서 크게 부담될 것도 없다고 봐야 한다.


사실 대외적 이미지 관리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이지만 경제난이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큰 자연재해나 대형 안전사고에 대해 비교적 빨리 외부에 알리는 태도를 보여왔다.


비근한 예로 2004년 4월 평안북도 룡천에서 대형 열차폭발 사고가 터졌을 때 북한은 연합뉴스의 특종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그 다음날 언론을 통해 이를 확인한 뒤 국제사회에 구호물자 지원을 요청했다.


이런 류의 사건사고를 철저히 숨겨왔던 과거의 행태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한 움직임이여서 눈길을 끌었는데 당시 우리 정부와도 룡천복구 협의가 신속히 이뤄졌다.


2005년 3월 평양 일원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도 북한은 비교적 신속히 이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평양시내 주요 닭공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나가고 나서 12일 만에 북한은 중앙통신을 통해 피해 사실을 상세히 전하고, 남측과 국제사회에 AI 예방.진단 장비와 약품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지시에 북한이 우회적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도 갖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통일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없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자, 그렇지 않아도 내심 급했던 북한으로서는 뿌리칠 이유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북측은 자신들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의 이름을 거명하는 직접 비난을 삼가는 등 은근히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쳐왔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이번 신종플루 확산과 남한으로부터의 지원 확보를 상호 관계개선의 고리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 문제 전문가는 “1980년대 남한에 큰 홍수가 났을 때 북한이 지원한 것이 그 후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당국간 대화로 이어졌다”면서 “이처럼 남북 어느 한쪽의 재해는 관계 개선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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