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인도범죄 국제연대 출범회의를 다녀와서

북한의 반인도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연대 결성 회의가 이달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15개 국가의 30개 국제 인권단체가 이 자리에 모였다. 30여 개 인권단체 중에는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처럼 귀에 익숙한 국제 NGO도 있었지만 버마나 영국에서 온 처음 들어보는 NGO들도 있었다. 행사는 도쿄도 지요다구 스루가다이에 위치한 메이지대학교에서 진행됐다. 나는 이 행사에 인턴 스태프 일원으로 참가하게 됐다.


메이지 대학의 국제회의 행사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개최되는 북한 인권 행사라 사람들이 가득 찰 수 있을까 조금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이 기우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하나 둘씩 모여든 참가자들은 금세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연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멀리서 찾아준 사람들이 이처럼 많다는 것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북한주민의 인권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것, 나아가 세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나의 믿음은 한 층 두터워졌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둘레를 따라 탈북자 김혜숙 씨가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보여주는 그림들. 색칠까지 되어 있어 가혹한 실상이 더 생생하게 느껴져,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권단체인 세계기독교연대의 Benedict 목사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영상메시지는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함과 함께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어진 탈북자들의 증언은 북한의 처참한 인권실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오길남 박사가 북에 두고 온 딸들과 아내에 대한 얘기를 할 땐 가슴이 매우 아팠다.


참가자들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활발히 논의하는 모습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다음번에 인턴이 아닌 정식 토론자로 참가하면 어떨까 하는 앞선 의욕까지 갖게 했다.
 
9월 8일 둘째 날 행사는 비공개회의로 전략토론이 진행됐다. 국제연대 창립 성명서 초안을 함께 읽으며 수정, 보완하는 시간이 있었고, 뒤이어 국제연대가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버마와 캄보디아의 인권개선 사례가 소개되었다. 국제사회가 버마와 캄보디아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성과를 거두었듯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얘기가 오고 갔다. 회의장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진행되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을 텐데도 회의장 참가자들은 서로가 매우 친근해 보였다. 내가 갖고 있는 배경지식으론, 북한은 버마와 캄보디아와는 다르게 봐야할 국가이고, 훨씬 폐쇄적인데 그 사례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공통의 단합된 노력이 국제 정치여론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북한 정권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국제연대가 할 일이 많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일본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역시 많은 일본 기자와 일본에 상주하고 있는 외신기자들이 참가했다. 이후에는 조총련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 등 각각의 언어는 달랐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정치범수용소 해체하라” “공개처형 중단하라” 등의 배너를 들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쳤다. 과연 이 외침은 헛될 것일까? 행사 참가자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보였다.


일본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북한에 강제 구금되어 있는 600여 명의 이름을 새긴 풍선을 하늘 위로 날려 보내면서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이번 국제회의 참가는 큰 행운이었다. 북한인권은 남북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북한인권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한국이 이제는 북한인권 국제연대 출범의 주역으로 선 모습에 자부심도 느껴진다.


국제연대 출범이 북한인권에 작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도 어디선가 작지만 소중한 힘을 보태고 있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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