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미교육에 두번 죽은 ‘남조선 김득구 선수’

김득구 선수를 다룬 영화

1982년 11월 14일 세계권투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한국의 김득구 선수가 챔피언인 미국선수 맨시니와의 시합에서 사망한 사건은 북한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득구 선수의 사망사건은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는 크게 다르다.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는 이 사건의 내용은 김득구 선수가 미국 심판의 묵인 하에 미국선수 맨시니의 횡포한 반칙으로 경기장에서 맞아 죽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미 세뇌교육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북한은 미국의 돈 많은 자본가가 김득구 선수의 건장한 신체를 탐내 고의적으로 선수를 죽게 만들어 김득구 선수의 사체에서 심장과 신장을 떼어냈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는 김득구 선수 사망 사건의 전말이다. 30~40대 이상의 북한주민들 중 이런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한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악마’로 보려는 이른바 수구꼴통들이나 그런 말을 믿지, 어떻게 제정신인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겠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북한당국의 반미 세뇌교육은 남한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상력을 훨씬 넘어 선다.

북한은 김득구 선수가 사망하게 된 주된 원인이 남조선을 식민지로 우습게 여기는 미국의 횡포와 미국에 철저히 예속된 남조선 괴뢰정부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선전했다. 이같은 내용을 북한은 잡지와 책, 또 만화로도 만들어 북한 주민들과 청소년들에게 널리 선전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만화에서 가난한 식민지 청년인 김득구 선수가 오직 돈을 벌려는 일념으로 미국에 갔다가 그런 봉변을 당했다고 선전했다. 또 맨시니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흉기가 들어있는 권투장갑을 끼고 김득구 선수를 때려 미국 선수의 부당한 반칙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미국인 심판이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결국 미국이 김득구 선수를 죽이는데 일조했다고 선전했다.

한편 북한은 김득구 선수의 사망사고를 선전하면서 비슷한 시기의 북한 권투영웅 구영조와 비교해 이 사건을 선전했다. 구영조 선수는 북한의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또 구영조 선수가 그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여 미국심판의 편파판정에 항의하여 심판을 때려 국제적인 물의를 일으키자, 북한당국은 오히려 이를 적극 옹호했다. 당국은 “공화국(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뺨을 친 거나 같다”고 선전하며 이른바 공화국의 자주성과 위대성이 구영조 선수에게 그런 담대함을 주었다고 선전했다.

북한은 구영조 선수가 돌아오자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하며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미국을 혼내준 권투 영웅으로 크게 부각시켰다.

북한은 김득구 선수와 비교하면서, 구영조 선수는 미국 심판의 부당함에 정면으로 맞서 이겼고 김득구 선수는 힘없는 ‘식민지 청년’이어서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원래 그렇다고 하지만, 만약 이런 사실을 알면 김득구 선수의 가족들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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