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봉주 경질…“김정일, 자본주의 냄새 용서 안해”

▲ 박봉주 前 북한 내각 총리

지난 4월 해임된 북한의 박봉주 전 내각 총리가 기업의 인센티브제 도입을 주장하다가 당 간부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총리는 전반적인 경제정책 실패와 800만 달러 상당의 비료 구입비를 유류 구입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용·개혁 중심의 경제 관리를 당·군에서 강하게 견제한 것이 해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박 전 총리는 지난 1월 열린 ‘내각 전체 확대회의’에서 노동 의욕 고취를 위한 방안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시급제와 일급제, 주급제의 도입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회의에 참석한 노동당 간부로부터 자본주의 도입을 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

박 전 총리는 지난 2005년에도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이 주민들의 에너지 사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수출을 삼가면 좋겠다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실험 실시 이후 국방위원회가 군사력 강화를 위해 외화 획득이 불가결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수출 재개를 강하게 요구해 석탄 수출을 금지한 내각 결정이 번복된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 황장엽 前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는 15일 “박봉주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개혁하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황 전 비서는 그러나 “(북한에서는) 총리보다 당 비서의 발언권이 훨씬 세다”며 “도급제(성과급 제도) 같은 것은 김정일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용할 것처럼 말했지만, 중국식으로 개혁하자고 하면 큰일 나고, 또 자본주의나 외국을 모방하는 발언은 김정일이 스스로 지위를 잃기 때문에 절대 용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군 기조 유지하는 한 근본적 경제 개혁 불가능”

황 전 비서는 또 “과거 이승기(비날론 만든 납북 과학자) 박사의 외손자인 박철이라는 사람이 중국이 농지개혁을 해서 생산이 늘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승기의 제자인 김환이라는 중앙당 비서가 박철의 발언을 옹호했다가 호되게 당하고 부총리로 떨어졌다. 이처럼 중국식으로 개혁개방 하자든지 자본주의적 개혁·개방 냄새가 나면 김정일에게 절대 용서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일은 애초 경제관료 출신인 박봉주(화학공업상)를 내각 총리로 임명한 후 붕괴된 북한 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내각에 힘을 실어줄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총리가 2003년 김정일에게 당과 권력기관이 국가경제를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김정일이 “내각에 권한을 줬으면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며 내각 쪽의 손을 들어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박봉주의 경질은 내각이 군·당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또 김정일이 개혁 중심의 실용주의 세력과 반개혁적인 군부세력과의 갈등에서 결국은 군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체제의 특성을 잘 드러내준 사례이기도 하다.

선군정치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유능한 경제관리가 총리직을 맡더라도 북한경제 회생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김정일이 경제 실패의 책임을 행정 관리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당이나 군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전 총리의 해임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상징적인 인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총리는 2005년 3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회담을 갖고 중국 산업도시들을 시찰했으며, 2006년 1월에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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