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중봉기가 피 안 흘리는 ‘벨벳혁명’ 되려면

지난 몇 개월 동안 세계인들의 관심을 끈 사건 중에 하나는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완성된 시민 혁명이다. 작년 말 부터 중동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민 혁명은 올해 2월 리비아를 약 40년 통치해온 카다피 독재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이집트, 튀니지 등의 권위주의 정권과는 달리 리비아에서 독재정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친(親)정부세력과 혁명세력 둘 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몇 달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리비아는 사실상 분단국가가 됐다. 중동 혁명이 시작했을 때 적지 않은 관찰자들은 중동에서 발발한 자스민 혁명이 중국, 북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주장에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한반도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리비아 사건은 무시할 수 없는 교훈 몇 가지를 주고 있다. 우리는 리비아 사건을 보며 한반도가 조만간 직면할 도전과 위기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중동 시민혁명의 대부분은 ‘벨벳혁명’으로 불려진다. 국민의 피가 뿌려진 폭력 사태나 경제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비폭력적’ 방법을 통한 중동의 시민혁명은 벨벳의 천처럼 부드러운 승리를 얻었다. 이들 국가에서 통치자들은 체제와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들과 싸우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집트와 튀니지의 권력자들은 국민의 의지에 굴복해 비교적 평화스럽게 독재정권을 포기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그렇지 않았다. 리비아의 독재자는 싸우기를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를 얻었다.


기본 이유는 리비아 사회 내부에 남아 있는 부족, 종족 간의 대립과 다툼에서 찾을 수 있다. 카다피 독재로 인해 특권을 누려 온 서리비아 종족들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차별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현 독재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北 체제 붕괴 필연적…엘리트들 ‘체제 유지’ 선택할 것


인간으로써 물론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필자는 북한 혁명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분단국가인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의 유입은 경제 성장보다 체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북한 엘리트들은 개혁개방을 지지하기 어렵다. 개혁과 개방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체제붕괴의 길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기만 연장될 뿐이지 체제 붕괴 자체는 피할 수 없다. 조만간 시대착오적인 경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북한 체제는 무너질 것이다. 문제는 북한 혁명이 국민의 피가 필요치 않는 ‘벨벳혁명’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북한 사회에서 김정일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사회 세력은 체제 붕괴 후 그들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체제 유지를 위해서 싸우려 할 것이다.


이집트나 튀니지 등에서는 자스민 혁명 이후에도 엘리트 계층이 심한 타격을 받지 않았다. 물론 독재자와 결탁한 사업가, 정치가, 공무원, 기자 등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극소수다. 중동에서 자스민 혁명 이전에 사장으로 지내던 사람들은 지금도 대부분 회사를 경영하고, 대령이나 장성급이던 군인들은 그대로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대부분도 그대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분단국가인 북한에서는 시민혁명이 흡수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남한 주민 대부분은 현 시점에서의 흡수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는 인간의 희망과 공포를 무시하는 과정 속에서 흘러간다. 남한 주민들의 개인적인 희망이나 공포와는 상관없이 흡수통일이 다가올 가능성은 아주 높다.


북한 민중은 동독민중처럼 흡수통일을 통해 남한과 비슷한 소득수준, 소비수준을 하루빨리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엘리트들은 민중 혁명이 흡수통일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민중의 요구에 굴복하기보다 민중 항쟁을 탄압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들은 통일 국가 아래에서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떄문에 혁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부분 공산권 국가에서 1980년대 말 공산 독재정권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당 간부를 비롯한 집권 계층은 체제 유지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합리주의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대부분의 공산권 국가에서 당 간부의 지배적인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의 힘은 아주 약했다.


당 간부들은 행정, 경영, 국가 관리 등의 부분에서 실제 경험이 많았고 국가 소유에 대한 통제나교육과 실무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공산당 간부들이나 행정일꾼, 특히 경영자들은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산주의 붕괴 20년 후 옛 소련과 동유럽의 엘리트 구성을 분석해 보면 공산주의 시대 특권 계층 출신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체제와 사상만 바뀌었을 뿐 엘리트 구성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나 보위원들은 소련 간부들처럼 하루 아침에 ‘원래도 믿지 않았던’ 공산주의 사상을 헌옷처럼 버리고 시장경제를 믿는 사업가들이나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정치인으로 자신들을 변절시킬 수 없다. 부자 나라인 남한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 출신들은 통일국가에서 주요 관직을 갖기 어려을 것이다. 북한 경제 일꾼들도 평범한 서민들보다 경험과 지식이 많을 테지만, 남한의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저지른 죄과에 대한 우려가 심할 수 밖에 없다. 1980년대 말 소련이나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됐을 때는 1930~40년대 일어났던 수백만명의 양민학살에 대해 책임을 가진 간부들은 이미 죽은 후였다. 당시에 간부로 지낸 사람들은 스탈린 시대 인권침해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전혀 없었다.


‘인권범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北 엘리트들


또한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은 국내에서 대규모 테러 정책을  중단했다. 1960년대 초 이후 북한보다 인구가 훨씬 더 많았던 소련의 수용소에 갇힌 정치범의 숫자는 1~2천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건하에 소련 간부들은 민중의 증오와 복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북한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사람은 약 15~20만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에서 정치범 대 인구의 비율은 스탈린 사망 직전 소련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은 체제가 무너지면 특권을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감옥에 가거나 사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북한의 특권 계층에 있어 체제 전환은 곧 자신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싸움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이나 보위원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 싸우기를 결정할 것이다.


물론 김정일 정권과 결탁해 살아온 사람들은 일반 주민에 비해 그 수가 훨씬 적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결코 미미하지 않다. 이러한 사람들은 중*상급 당 간부, 행정간부를 비롯해 거의 모든 보위원, 일부 보안원을 비롯해 일부 군인들까지 포함한다. 그들의 가족같이 합한다면 이러한 친김(親金)파의 숫자는 100만~200만명에 달한다고 생각된다.


또 그러한 사람들은 꾸준히 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며 조직도 있고 싸울 능력도 있다. 여러 소문에 의하면 북한은 오래전부터 유격전에 대비해 전쟁에 이용할 무장, 통신시설 등을 준비해왔다.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비밀 창고는 친김파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들이 싸움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이것은 비합리주의적인 선택이 아니다. 친김세력의 단계적인 희망은 혁명을 탄압하고 김정일 시대 체제를 복구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은 중국의 개입에 희망을 걸 것이다.


현 단계에서 중국에 대한 북한 엘리트들의 의심과 불신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체제가 무너진다면 그들은 중국을 유일한 후원국가로 지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특권 계층에게 남한과의 흡수통일과 친(親)중국 위성정권 탄생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다면 망설이지 않고 친중국 위성정권을 택할 것이다.


한반도 북반부에서 중국이 통제하는 정권이 설립된다면 김정일 정권 당시 간부로 지낸 사람들은 그대로 간부로 남아 있을 수 있고 특권과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혼란스럽운 위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북한 국내의 변화 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남한 정치권의 태도,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들까지도 이러한 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제일 유감스러운 것은 북한 혁명이 폭력적인 성격을 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하에 남한 사회와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일까? 한편으로 보면 북한 간부들의 우려와 공포를 완화하는 조치를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필자는 벌써 여러번 북한에서 치명적인 위기가 일어난다면 북한 간부들에게 일반사면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반사면은 김정일 정권 때 저지른 인권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북한 간부들도 통일국가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들이 저지른 죄가 심할 수도 있지만 복수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것이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중, 대미 외교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히 다룰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다음 칼럼의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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