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주화 이끌 세력·동력 내부에 존재하나

현재 진행형인 중동의 독재정권 붕괴현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3대세습이 한창인 북한의 민주화 가능성으로 모이게 만들고 있다. 


각각 30년, 42년이란 세월 동안 독재자로 군림했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삽시간에 국민들의 저항에 맥을 추리지 못한 모습은 62년 북한독재에서도 민주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동과 달리 육체적 구속과 정신적 속박이라는 독재 시스템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저항’ ‘권리’ ‘인권’ ‘민주주의’란 기억을 지워낸 북한의 사회환경은 중동과는 천양지차이여서 북한 민주화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도 적지 않다.


중동 민주화는 제한적이나마 정권에 반대할 수 있었던 정치적 반대세력이 존재했기에 가능했지만, 북한의 경우는 그 싹 조차 띄우는 걸 용납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반김정일이나 반정부 성향을 띄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인민 전체가 체제에 충성하는 것처럼 행세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은 이미 노골화 된 상태라고 내부소식통들은 전한다. 다만 이러한 발언과 논의들이 가까운 사람들에 한해서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충성파로 행동하지만 안으로는 불만을 이야기하는 현상이 만연한 기괴한 구조가 된 셈이다.  


북한 내 반체제조직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전혀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북한 내에 반체제 전단을 뿌리거나 외부에 협력을 요구하는 그룹이 포착된 정황은 여러번 있었다. 


북한 내 반체제 조직인 ‘자유청년동지회’가 2004년 11월 회령시에서 격문을 부착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 등의 언론을 통해 저항세력 활동이 종종 소개된 바 있다.


2006년 함경남도 단천역 근처 주민들의 왕래가 많은 장마당 벽에는 ‘선군정치 바람에 백성이 굶어 죽는다. 군대들에게만 주지 말고 인민들부터 쌀을 달라’는 벽보가 붙었다. 이 역시 북한내 반체제 세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주요 사건 중 하나다.


과거 김일성대 학생들이 반체제 혁명을 모의하다가 처형된 사건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통해 공개된 바 있고, 평양 엘리트 대학생들의 김정일 체제 비난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전원 체포된 1989년 ‘우리들의 투쟁’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망명구국행동대’라는 단체가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적은 대량의 북한돈 5천원권 지폐가 발견돼 보위부가 수색작업을 펼치는 일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발각될 경우 북한정권의 폭압과 숙청으로 조직이 완전히 와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연좌제로 가족들까지 강제수용소 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도의 보안 유지가 가능한 단선 형태의 지하조직 형태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또 외부와 교신을 시도하는 것도 어려워 반체제 세력의 규모 등 실체를 파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조직화된 전국화된 규모의 기구는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소규모 저항 또는 반발하는 단체·조직이 존재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조차도 내재화된 형태로 온기(溫氣)만 느껴질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워낙 감시·통제가 엄격한 사회여서 끼리끼리 마음을 나누는 동창회나 같이 장사를 하는 상인들 모임 수준”이라며 “현재로서 눈에 띄는 반체제세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행동을 위한 모체들이 형성되는 중으로 특히 평양에서 그런 움직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노골화됐다고 해도 당장 북한 체제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따라서 북한 실정을 감안한 민주화운동 촉매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북한 주민들의 소요시 쉽게 진압되는 등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이들에 대한 북한체제의 본질을 알리는 노력은 지속하돼 동시에 상층부의 분열을 겨냥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집트는 군부의 대응이나 리바아는 내각의 카다피 하야 요구 등이 국면전환의 주요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집트 군부는 시위가 있던 18일간 시위대에 단 한 발 조차 발포하지 않는 등 무바라크를 압박하는 요인이었고, 리비아 압둘 파타흐 유네스 내무장관이 사퇴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내부 분열의 카다피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갔다.


북한 역시 3대세습이 북한 권력 상층부의 틈새를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김정은 체제 전환를 시도할 수 있는 중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군 간부들 조차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선출 이후에 군 실정을 모른채 무리한 지시를 일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장마당 등 사(私)경제가 확산된 상황에서 이를 통제·단속하려는 당국과 마찰은 지속될 수 밖에 없어 이 곳에서 반체제운동의 불씨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대북방송과 선전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4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시장 단속을 둘러싸고 당국과 주민들과 마찰 소동이 발생했던 것, 최근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악명높은 전직 보안서장이 괴한에 의해 피살된 일 등도 최근 공권력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시장세력을 반체제 범주에 포함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시장에서의 주민들의 저항은 현실생활에 대한 불만 형태에 불과하다”며 “외부에서는 반체제로 표현하는데, 아직까지 반체제로 분류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기득권과 정치지형이 흔들릴 경우 일시적으로 현재 북한 체제에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변화의 잠재된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화세력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반체제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이 종교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북한내 지하교회 세력도 광의적 개념에서 반(反)김정일, 반(反)공화국 입장에 서 있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내 기독교인 대규모 존재 가능성 역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 베드로 대표는 “90년대 중반 식량난과 이후에도 중국을 오갔던 탈북자들이 여러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여러 선교회가 중복해 카운터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지하교인 20만명이라는 주장은 선교확산을 위한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재 북한 내부가 불안정 상황임에도 정부가 과수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길 기다리듯이 북한의 체제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을 펴는 것은 차라리 전쟁이 발발해 세상이 바뀌길 바래는 북한주민들의 열망을 좌절시키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단체의 삐라, 대북방송이 주민들에게 체제변화의 열망을 키워낼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면서 당국 차원에서 북한 엘리트층을 대상으로한 획기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할 때”라며 “안보와 남북관계 차원에서 북한을 보기보다는 북한의 적극적인 변화 추동이라는 관점에서 북한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