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주화, 金정권 대체세력 형성이 핵심전략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핵심 기준 중의 하나가 북한 민주화를 적극 지지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되었다.

한국 좌파는 남한 민주화에 적극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북한 정권과 친화성이 있어 왔기 때문에 북한 민주화에는 소극적인 자세가 되었다. 때문에 이런 황당한 좌, 우 구분법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80년 민주화 투쟁 이후 급성장했던 한국의 좌파는 그 도덕적 기반이 약화되고 있으며 87년 민주화 이후 약화되고 있었던 우파는 다시 세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한 민주화 진영 내에서도 과연 북한 민주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즉 북한 민주화 실천 전략을 두고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북 봉쇄에 입각한 민주화 전략은 미국 의존 전략

하나의 의견이 봉쇄론에 입각한 북한 민주화론이다.

이 주장의 핵심은 미국에 의존해 김정일 정권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핵 보유국이 되려고 하는 김정일 정권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할 것이다, 정권 교체 방법은 김정일 정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 봉쇄시키고 최악의 경우 전쟁의 방법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는 논리이다.

봉쇄론자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2년 1월 29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후 미국 발(發) 정권교체론을 확신하게 되었다.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CVID 원칙(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면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폐기), 나아가 2004년 북한 인권법이 통과되었을 때에는 미국의 교체전략이 실행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은 미국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컸다. 때문에 미국이 CVID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고 6자 회담에서 2.13 합의를 한 것을 본 보수 진영은 일종의 정신적 아노미에 빠져 버렸다.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도 반미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봉쇄론에 입각한 민주화론이 완전히 실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아공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그러나 봉쇄론적 민주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봉쇄를 위한 국제 연대망이 확고히 구축되어야 한다. 또 하나는 북한 내에 상당한 반정부 세력이 존재하여 자국 안에서도 정권을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우선 전 세계가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Apartheid)에 반대하여 남아공 경제 제재에 동참했다. 그리고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 민족회의라는 강력한 반정부 세력이 존재했다. 이 때문에 남아공에서는 봉쇄적 민주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쿠바는 실패, 북한도 성공 어려워

이에 반해 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봉쇄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쿠바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 우선 쿠바는 국내에 강력한 반정부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 미국은 쿠바를 경제적으로 봉쇄했으나 서유럽, 캐나다 등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북한의 경우는 쿠바보다도 더 열악한 조건이다. 우선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하더라도 중국, 러시아, 한국이 동참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북한 내에 김정일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봉쇄 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2.13 합의 이후에는 미국마저도 북한과 협상하는 노선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봉쇄론에 입각한 대북 민주화 전략은 폐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대안적 핵심 전략은 북한 내에 반정부 대체세력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그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고 불평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전략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이것 말고는 현재 다른 대안이 없다. 좋건 싫건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변사태도 대비…대체세력 만들어놔야

물론 김정일이 갑자기 급사하는 등 북한 내부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내부에 대체 세력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김정일 사후 과도 이행기의 혼란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만약 대체세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김정일 사후 북한 내부는 군부의 무장 권력다툼으로 큰 내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대량 난민사태 발생 등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세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김정일 사후 혼란은 빨리 수습되고 북한 사회의 안정도 빨리 찾아 올 것이다.

그럼 북한 민주화 진영은 북한 내에 대체세력을 어떻게 형성, 강화할 수 있는가?

기본 방법론은 단순하다. 북한 내에 더 많은 외부 정보를 확산하고 북한 사람들(고위층일수록 좋다)이 더 많은 외부 접촉을 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따라서 포용정책의 내용 중 남북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내용들은 새로운 대북 민주화 전략을 짜는 데 계승되어야 한다. 정상회담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정상회담이 북한 내 민주화 세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있다면 김정일 정권에게 일부 양보하더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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