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로 예정된 대북 수해지원 논의를 위한 남측 민간단체의 방북을 돌연 취소한 것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란 지적이다.
당초 대북 지원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이날 개성을 방문해 북한 수해지원 문제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은 방북을 하루 앞둔 28일 두 단체에 팩스를 보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는 “지금과 같은 일촉즉발의 정세에서 귀측과의 접촉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개성접촉을 그만두자”며 취소했고, 어린이어깨동무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접촉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민화협은 앞서 두 단체에 초청장을 보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관계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개성접촉을 그만두자고 통보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훈련이 끝나는 대로 다시 접촉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어깨동무 관계자도 “통상적인 이유를 들어 접촉 연기를 통보해왔다”면서 “남북관계가 순조로울 때도 조심스러워했다. 지금은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라고 말했다. UFG 가 접촉 연기 사유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깨동무측은 추후 접촉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대북지원단체 연합기구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28일 밀가루 3000t과 기초의약품 등 16억 원 상당의 대북 수해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강용석 북민협 사무총장은 “북민협 차원의 지원은 9월 10일 전에 1차로 밀가루 1500t 지원은 차질 없이 지원이 될 것”이라며 “개별단체의 지원 재개도 다음 주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정은은 UFG 훈련 하루 전인 19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무도 방어대를 전격 방문한 이후 서해 최전방 부대와 동부전선 군부대를 잇달아 방문해 대남 강경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최고지도자가 직접 대남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남한의 민간단체와 수해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한다는 것이 북측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 한 대북전문가는 “UFG에 대해 김정은이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맹비난하고 있는데 남측 대북지원 단체가 수해지원을 한다고 덥석 받아들이면 모양새가 빠지는 꼴이 될 것”이라며 “UFG 훈련이 끝나면 북측에서 다시 접촉하자고 통보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