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간교류 제약으로 南정부 압박 극대화

북한이 24일 남한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한 남북 군사분계선 통행을 제한.차단하는 5가지 실행조치들은 남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면서도 개성공단 등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남한 정부가 북한의 압박에 대북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북한이 빠끔하게만 열어둔 남북관계의 문을 실제로 완전히 닫아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이날 밝힌 조치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당국관련 기관들과 기업들의 상주인원 및 차량들’에 대한 선별추방과 군사분계선 통행 차단, 남북열차 운행의 중단 등 남한 정부 당국을 주표적으로 했다.

북측은 `당국관련 기관들과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개성공단에 들어가 있는 한국토지공사와 한전, KT, 환경관리공단 등을 준당국으로 간주해왔다는 점에서 이들 기관과 기업의 관계자들이 선별추방 등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는 “북측이 금강산에서 추방조치를 취할 때도 한국관광공사와 면회소 관련 인원을 중심으로 우선 대상을 선정했다”며 “남측 당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지난주 개성에 상주하는 이들 공적 기업들에 대해 업무분담 내역 등을 제출토록 지시했다는 것.

특히 그동안 정부가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소통에 지장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해온 남북경협협의사무소 채널도 이번 조치로 코트라 직원이 철수케 됨에 따라 대체 소통로까지 막히게 됐다.

북측은 입주기업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 중소기업의 처지를 고려해 개성공업지구에서의 기업활동을 특례적으로 보장”키로 하고 남측 업체들의 상주인원가운데 경영에 극히 필요한 인원은 남겨둬 육로 차단조치에서 일단 제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측은 “우리는 남측의 중소기업들이 남측 당국의 대결 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입주업체들을 통해 남한 정부에 대한 압박를 극대화하는 효과도 노렸다.

이와 관련, 북측은 특히 개성관광 중단이라는 초강수도 뒀다. 개성관광 중단은 북한에 대한 달러화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남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북한으로선 남한 정부의 ‘대북 대결정책’ 때문이라는 인상을 심어줘 남한 내부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또 “참관, 경제협력 사업 등의 명목으로” 개성과 금강산 지구를 방문하는 “모든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통행도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밝혀 역시 민간부문을 동원해 정부에 대한 압박 효과를 노렸다.

이에 따라 당국과 민간을 막론하고 앞으로 남북간 각종 교류협력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공기업들의 철수는 공단 운영난을 가중시키고, 입주기업의 경우 일부 상주인원이 남는다 해도 생산시설 운영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가 입주기업들의 생산활동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북한의 조치가 실행됨으로써 개성공단의 위기가 가시화돼 입주기업들에 대한 발주 실종으로 이어질 경우 업체와 공단은 오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개성지역은 대북 인도지원과 사회문화교류 등 남북간 교류 사안을 논의하는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나, 북한이 “통행.통관 질서와 규율을 보다 엄격히 세우며 위반자들에 대한 강한 제재조치”를 밝힌 마당에 남북 민간 교류도 위축되는 게 불가피하다.

북한 당국이 남측 민간단체 관계자들에게 질서.규율 위반을 이유로 강한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남북 당국간 대립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남한 당국이 국민의 신변보호 차원에서라도 민간의 대북 접촉 자체를 제한.금지할 수밖에 없고, 민간단체 스스로도 대북 접촉을 자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금강산관광 중단과 남북 판문점 직통전화 단절 등에 더해 북한의 이번 실행조치들은 “전면적인 남북 당국.민간 교류 중단에 버금가는 조치”라며 “북미관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강한 행동조치를 통해 남한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밝힌 남북관계 차단 1단계 조치로는 당초 예상보다 폭이 넓다”며 “남측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발의,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에서의 통일’ 발언 등이 북한의 점진적, 단계적 차단 조치를 가속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북측의 조치가 향후 더욱 강경한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를 상대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될 것을 알면서도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벼랑끝 전술’을 이어갔던 만큼, 남북관계에서도 현재의 상황을 최악의 국면으로 끌고갈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은 앞으로 남측 당국의 대응조치를 보면서 대남조치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며 “다음 수순은 개성공단의 폐쇄가 될 것이고 마지막 수순은 민간급 교류와 협력을 포함하는 남북관계의 완전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측은 이날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앞으로 보내온 통지문에서 “향후 개성공업지구와 북남관계는 남측 태도에 달려있다”고 분명히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금 상황은 북한의 고강도 대남 압박전술과 이명박 정부의 버티기 전략이 극한 대 극한으로 맞부딪히는 형국”이라며 “지금으로선 도저히 양측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남북대치의 장기화를 예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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