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올해 저조한 수확량으로 식량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내년 농사도 흉년이 들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데일리NK와 통화한 신의주 소식통은 “봄에 펴야 할 꽃이 가을철에 피면서 여러 소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곳곳에 이런 꽃들이 피면서 ‘내년 농사도 다 망쳤다’는 소문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함경북도 소식통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9월 말에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다시 피다가 졌다”면서 “가을에 꽃이 핀 다음해에는 무조건 농사가 망한다는 말이 있어서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올해 북한은 7월에 들어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농작물들이 심한 냉해를 입었다. 그리고 9월 8일에서 12일 사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서리까지 내렸다.
반면 9월 중순을 지나면서 날씨가 평년 기온을 훨씬 웃돌자 과일나무들을 비롯한 야생식물까지 꽃이 다시 피는 이색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벗꽃이나 개나리꽃이 가을에 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흔히 광화(狂花)라고 부른다”면서 “가을에 잎눈이나 꽃눈을 형성해야 할 과수나무에 꽃이 피게 되면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져 다음해 수확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북부지방에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자 올해 말부터 식량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안고 사는 주민들 사이에 각종 유언비어까지 만들어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식통은 “가을에 꽃이 피고나면 내년 봄에는 꽃이 피지 못 한다”며 “사과를 제외한 나머지 과일나무들은 이미 꽃이 폈다 졌기 때문에 내년 수확이 안 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유독 사과나무만은 꽃이 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늙은이들이 ‘가을에 꽃이 핀 이듬해에는 옥수수나 쌀농사도 안되고 여러가지 재난이 온다’고 말들을 한다”며 “가을에 꽃이 핀 다음해에는 무조건 농사가 망친다는게 사람들의 말이라서 벌써부터 내년 농사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에서는 툭하면 이런 이상 기후 현상을 장군님의 위대성 때문이라고 선전했는데 이번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북한은 지난 1980년대 초부터 ‘김정일 신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는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기이한 자연현상들까지 모두 김정일의 우상화선전에 이용해 왔다.
북한이 1996년에 출판한 백두산 전설집에는 김정일의 출생당시 ‘천둥번개가 치고 백두산 천지의 얼음장이 신비스런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영롱한 쌍무지개가 피어났다’고 쓰고 있다. 또 ‘네 살 때 일본지도에 먹칠을 하자 일본에 폭우가 쏟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장군님(김정일)의 손길이 닿으면 바다가 순식간에 옥토로 변하고 심산계곡도 낙원으로 변한다’는 말도 전설집에 수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흰까치나 흰제비가 나타나도 ‘장군님이 세우신 지상낙원에 살고싶어 찾아왔다’거나 ‘장군님이 판문점에 나타나자 순식간에 안개가 싸이며 적들이 주위를 분간 못하게 하더니 장군님이 떠나시자 씻은 듯이 사라졌다’는 등 기이한 자연현상들을 모두 김정일의 위대성과 결부 시켜왔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서는 좋은 일이 생기면 다 장군님 덕이고 나쁜 일이 생기면 다 미국놈 탓이 아니면 하늘 탓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이번 가을에 꽃이 피는 현상에 대해서는 신문, 방송들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