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에 고무돼 전국적인 축하 행사와 관련 기술진에 대한 영웅 칭호 수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공업 분야에서도 기술 현대화를 통해 인민소비품을 양산하겠다는 자신감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생활 용품과 여성 화장품, 전자제품까지 자체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몇 년 안에 중국 소비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과장된 내용까지 나온다고 한다.
신의주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지금은 장군님(김정일) 1주기 관련 기념행사보다 발사 성공에 대한 강연과 행사가 더 많이 열리고 있다”면서 “시당 선전간부인 강연자는 ‘우리식 사회주의 기술 발전에 따른 발사 성공으로 세계적인 과학강국이 됐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강연자는 “이제 모든 물건을 다른 나라 것을 사용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할 때가 됐다”면서 “인민소비품과 여성 화장품 등을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게 할 테니 질이 떨어진 외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강연에서는 또한 “원수님(김정은)이 전력, 에너지 산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인민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데 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 지역 강연에서 여성 화장품 개발이 강조된 것은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공장이 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신의주화장품 공장은 인삼 추출물질을 함유한 살결물(스킨) ‘너와 나’와 손 보습크림(핸드크림) ‘봄향기’ 등을 생산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일본이나 한국, 중국 제품이 수입되면서 그 인기가 크게 꺾인 상태다.
특히 대도시에서 이런 수입화장품 애용 현상은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외국산 비비크림을 이용한다. 한국 상품은 가격이 비싸도 품질이 뛰어나 간부나 부유층에서 더욱 선호한다.
중국 단둥에서 대북 무역을 하는 조선족 A 씨는 “예전에는 북한 대방(무역업자)들이 신년 선물로 술이나 담배 등을 주로 요구했었는데 현재는 한국제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해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자주 온다”고 소개했다.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 성공에 고무돼 화장품까지 최고 품질을 장담하지만 주민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소식통은 “화장품은 둘째치고 먹는 문제라도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원료를 수입해 가공을 해도 외국 화장품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금새 자체 기술로 더 뛰어난 화장품을 만들 수 있겠나”라며 “미사일 때문에 주민들이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