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시 검토 가능한 `대응조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 발사가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던 14일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이른바 ’대응조치’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비록 다른 장소에서였지만 ’깊은 우려’ 표명과 함께 ‘적절히 대응’(버시바우대사)과 ’필요한 조치’(반 장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대책은 수립하겠지만 상황을 좀더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들은 대체로 1998년 북한이 강행한 대포동 1호 발사 당시를 상기해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은 사전 예고없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사정 1천800-2천500㎞, 무게 25t으로 추정되는 3단식 미사일(대포동 1호)을 발사했다.

이 사건은 같은 달 일어난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에 대한 미 언론의 문제제기와 더불어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진행된 북핵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차에 핵시설과 핵운반수단(미사일)이 동시에 부각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 의회는 북한 길들이기를 위해 대북 중유 공급에 전제조건을 달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면 검토할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요청했다.

이른바 예방적 방위(preventive defense)를 주창한 윌리엄 페리가 핵심인물로 부상한 것도 이 때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압박에 나서면서 총체적으로 한반도 위기설이 확산됐다.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명분으로도 작용했고 북한의 미사일이 자국상공을 넘어갔다는 사실에 경악한 일본도 이에 적극 가담했다.

결국 북한은 우여곡절을 거쳐 1999년 9월 미사일 시험발사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당시 미사일 위기사태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에 거론되는 북한의 미사일이 1998년 때보다 ’개선된 것’이라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현재 외신에서 언급하는 미사일이 대포동 1호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개량한 대포동 2호라면 수 백㎏의 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 도달할 수 있고 보다 작은 탄두를 적재할 경우 미 본토 서부까지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일부 미 군사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중대사안’이라며 미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설 폭발성이 다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을 향한 군사·경제적 대북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대북 압박조치와 관련해서는 역시 미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현실화될 경우를 상정해 대응조치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외신 등이 전한 내용을 보면 동해에 감시차원에서 미사일 유도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한다면 유엔제재 등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이 제재의 무대가 된다면 안보리의 경제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대북금융제재’로 북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북 제재가 가해질 경우 북한이 감수할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초강수를 고집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다.

미사일 발사라는 새로운 카드를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주력하는 부시 행정부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돌려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유추해볼 때 북한은 과거부터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국면을 타개하거나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도발행위를 해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에 제시한 포괄절 인센티브안 같은 유사한 제안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무시당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북한 지도부가 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줄기차게 했음에도 미국측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를 강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북한의 의도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미사일 사태는 상황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후 교착국면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속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다 막판에 미사일 발사를 극적으로 철회하는대신 미국이 모종의 ’우호적 조치’를 취해줄 경우 6자회담의 모멘텀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끝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짙은 먹구름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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