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대응…정부 ‘신중’ 넘어 ‘우둔’으로

▲ 윤광웅 국방장관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장은 20일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단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정부 내에서는 여러 기술적 요인들을 들어 발사체가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노 대통령의 의중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2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에 직접 피해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위협이 있을 때 군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 제기는 미국의 정책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쌀이나 비료 등 ‘추가지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기존의 경협과 합의된 대북지원은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말이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 징후가 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민간 대북사업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이전 북한의 핵 위협이나 위폐문제에 대응해온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사실 일관된 저자세다. 북한에 무슨 큰 흠이라도 잡힌 것처럼 앵무새처럼 북을 대변하거나 그 파장을 축소시키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 누가 말도 꺼내기 전부터 ‘경협은 불변’이라고 선을 긋고 나온다.

정부의 ‘인공위성’ 주장, 무슨 득이 되는가?

그러나 미사일 발사는 2.10 핵 보유 선언과 그 파장이 질적으로 다르다. 핵 보유 선언은 사실의 확인 차원이라면 미사일 발사는 공격 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당연히 미국에게는 치명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폭탄만 가지고 있던 불량국가가 이를 실어 나를 대포까지 보유한 셈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가 대포동 2호가 인공위성 발사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은 적지 않은 한미간 인식의 차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판단은 한마디로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스스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어도 위기를 감소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이든 미사일 발사든 모두 로켓 발사체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본질은 모두 같다. 로켓의 선단에 위성을 장착하면 위성발사 로켓이 되고, 탄두를 장착하면 미사일이 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개념의 발사를 굳이 인공위성으로 본다고 해서 그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미사일 발사를 인공위성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오히려 미일에게 반감만 살 뿐이다. 이러한 판단은 북한 핵무기에 본토가 노출됐다고 보는 미국이나 일본과 심각한 인식의 차이를 노출한다. 결국 3국 공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우리가 설 자리를 점점 잃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반도의 운명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가 미국을 겨냥하고 있어도 우리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국방장관의 발언에는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미국은 한반도에 자국군을 주둔시켜 우리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동맹국이다. 먼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행위가 ‘심각한 도발 행위’인지 아닌지부터 정부에게 묻고 싶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교류중단 경고해야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와 한반도에 치명적인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요격미사일을 동해상에 배치했고, 페리 전 국방장관은 발사하기 전에 먼저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때일수록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과의 공조는 무력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 북한의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가지는 것과 같다.

대북지원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징후를 노출한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부 장관이라도 나서 대북지원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미사일 쏴도 협력은 한다는 식으로는 북한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오히려 북측에게 ‘우린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정부는 오직 햇볕정책의 성과와 정상회담 개최만 머리 속에 있는 것 같다. 신중함을 넘어, 우둔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국 국민들의 안보 불안만 부추기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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