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그 21기 중국 추락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17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에 북한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1 한 대가 추락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그21은 신의주 인근 공군기지를 이륙하여 북-중 국경선에서 200여km를 지나 중국 내륙에 추락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건발생 이틀 뒤인 19일 “당국의 조사 결과 푸순에서 추락한 북한 군용기는 기계 고장으로 항로를 잃고, 중국 국경을 넘어와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국과 북한은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으며, 북한은 중국에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북한 미그기가 항로를 이탈하여 중국 내륙에 추락한 사건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북한에 미그 19기가 처음 들어간 시점이 1971년 12월 경으로 알려져 있고, 김정일이 당중앙군사위원이 된 1980년부터 북한군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었다. 군 현대화 사업의 핵심은 공군력 증강이었고, 이 사업은 공군 출신 오극렬이 주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 조종사 이웅평씨가 1983년 2월 25일 미그 19기를 몰고 월남하였다. 당시 이웅평 소령은 인민군 1비행사단 책임비행사였다. 이어 1996년 5월 이철수 대위가 역시 미그 19기를 몰고 서해 덕적도 상공을 통해 귀순했다.


이후 북한경제의 전반적인 몰락으로 항공 휘발유 부족과 전투기의 남한 망명을 막기 위해 북한공군은 반드시 필요한 비행훈련만 하고, 연료도 30분 이내 비행분만 지급되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미그 21이 1990년대의 정확히 어느 시점에 북한에 도입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 외에 북한영공 바깥에서 북한 미그기가 한미 공군이 모르는 사이 추락했을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오산 중앙방공통제소(MCRC)는 북한 비행물체의 이동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미그 21기는 북중 국경에서 비행시간 10분 정도의 200여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했다. 탈북 군 출신들도 “뭔가 좀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탈북 시도’로 보기도 어렵다. 홀몸으로 탈북하는 것도 아니고 전투기를 몰고 중국으로 망명을 시도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렵고, 극동 러시아로 간다고 해도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환영받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결국 30분 내 연료로 탈북하려면 가장 적절한 곳이 수원 오산 서산 중원 원주 강릉 등일텐데, 이번 미그21의 비행궤적은 신의주 인근에서 어쨌든 남쪽방향이 아니라 북쪽방향이었다는 점에서 탈북 시도로 보기는 제한성이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미그21 추락사건에서 우리가 포착해야 할 대목은 ‘북한 전투기가 영공 외 지역에서 추락했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자체다. 다시 말해, 과거에 북한영공 외 전투기 추락 사례가 없었던 것이 확실하다면 ‘왜 지금 이 시기에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혹시 북한 전투기의 지급연료가 30분내  분량에서 20분 내로 줄어든 것은 아닌지, 미그21, 29 등의 기기 노후화는 어느 정도로 진행됐는지, 앞으로 이들 기종의 노후화 수준이 어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인지, 그리고 북한에서 조종사라면 최고 엘리트 군인들인데, 이들의 정신상태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로 해이해졌는지, 조종사들의 김정일 및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에 더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전문가 및 군, 정보기관 등 북한관련 업무 관계자들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면밀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생의 현장인 시장, 열차 등 교통관련 사고, 군(軍)시설 관련, 경찰 등 보위보안 관련 사건사고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사건사고들은  하나만 보면 그 맥락을 도저히 알 수 없지만 3년치 5년치 10년치 등을 모아보면 그 사회의 실체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우리사회 1980년~1990년의 신문 사회면 톱기사들만 모아보면 당시 한국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금 우리사회는 북한 문제를 매개로 하여 이른바 보수-진보의 갈등이 심하다. 문제는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진영이 적어도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전혀 ‘진보적이지 않을’ 뿐더러 특히 광우병 사태, 천안함 괴담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실(fact)에 기초한 판단이 아니라, 거짓과 선동에 기초한 주의주장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좌우간에 진정한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매개로 한 이 같은 갈등을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언론인, 북한연구자, 북한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도 먼저 철저히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판단하고 말하고 쓰는 훈련부터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기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에 정말로 집중해야 할 때가 되었다. 또 앞으로 사건사고는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구소련 붕괴 전 체르노빌 사건이 가졌던 소련사회 내부적 의미를 한번 고려해보라. 


그런 점에서 미그 21기 추락사건도 새로운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를 기다려 본다. 그러자면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에서 파견된 베이징 특파원들이 고생 좀 해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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