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 고맙다”=테러지원국 해제 요구

▲ 北 대홍단호 구출에 나섰던 美 군함. SBS 화면 캡쳐

미 해군의 북한 대홍단호 지원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례적으로 사의를 표한 일이 화제가 되고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온갖 형태의 테러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일관한 원칙적 입장이다’며 “우리는 미국이 우리 선원들에게 방조(도움)를 제공하여 준데 대하여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미 해군의 구축함과 직승기(헬리콥터) 1대가 현장에 출동하여 해적들에게 함화를 들이대면서 우리 선원들의 전투를 방조하였다(도와주었다)”며 “미군 구축함의 군의가 부상당한 우리 선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비롯한 의료상 방조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전했다.

또 통신은 “온갖 형태의 테러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일관한(된) 원칙적 입장”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테러와의 투쟁에서 조(북)-미 협력의 상징으로 된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앞으로도 테러를 반대하는 투쟁에서 국제적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앞두고 미국과 관계개선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이 지난 9월 미국의 수해 지원에 이어 대홍단호 사건에 사의를 표하는 등 두 달 남짓 사이에 두 차례나 감사의 뜻을 밝혔다”며, “이는 북한 핵문제의 진전에 따른 양국 간의 우호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드문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측도 북한측 보도에 대해 “북한 관영 통신이 미 해군의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앞으로 미 해군의 ‘선행’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내부 언론에 공개돼 주민들의 대미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내부 주민용이 아니라 대외용 매체이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미국의 지원을 내부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1946년 설립된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과 함께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북한당국의 공식입장을 밝혀온 대외 통신이다. 조선중앙통신의 주요 업무는 세계 주요 국가들에 통신 뉴스를 송신하는 일이다.

특히 중앙통신이 이번 대홍단호 구출사건을 ‘조미협력의 상징’으로 평가한 대목은 대미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현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북한당국의 대외정책이다.

북한의 대외정책과 대내정책이 상반되고, 대외 선전과 대내 선전이 모순되는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즉, 북한당국이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를 보장받기 위한 선전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친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였던 탈북자 신 모씨(29세)는 “중앙통신 기자들은 대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면서 “만약 북한 대내 매체들이 이 사건을 보도할 경우에도 반(反)테러전에서의 ‘북미협력’ 만 강조하고 미 해군의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 선전부 출신 탈북자 최 모씨(55세)는 “이번 사건이 북한 내부에 보도된다 해도 북한주민들의 대미인식에는 변화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서 하는 것보다는 강연자료나 사상교양자료들을 별도로 내려 보내서 진행한다”고 증언했다.

한편 9일자 노동신문은 ‘북침전쟁연습 계속 감행’의 기사에서 “미제는 대량살륙무기를 저들의 침략적, 지배주의적 목적 실현에 서슴없이 리용하고있는 극악한 범죄자”라면서 미국은 “군비경쟁, 대량살륙무기 전파의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또 ‘항의규탄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미국의 전쟁정책’이라는 기사는 “미국의 반테로(반테러)는 세계 각지에서 테로행위들을 격증시키고 폭력사태와 류혈참극을 몰아오는 화근으로 되고 있으며. 이로 하여 내외의 항의규탄의 대상으로 되고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