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 살고 있는 탈북자 이혜선(가명, 36세)씨는 국경에 나온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북한당국의 장마당 검열이 심해 물건값이 턱없이 올랐다”며 “가족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씨는 요즘 청진시 수남 장마당에서 쌀값은 1kg에 1,200원, 강냉이는 300원, 기름은 1병당 2,000원, 돼지고기 2,500원, 중국산 바지는 2만원이라고 전했다.
봄철 들어 장마당 쌀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시기인데다,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 않아 주민들 대부분이 장마당 쌀에 의존한다는 것. 또 이 틈을 노리고 쌀 장사꾼들이 쌀값을 올려놓고 있다.
2003년 입국한 이씨는 이미 여러 차례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정착금과 아르바이트로 벌어 보내는 돈이 가족들에게 생명줄이 되고 있다는 것. 딸이 보내준 돈에 의지해 살아가는 북한 가족들은 남한에 있는 딸이 살아가는 데 큰 버팀목이 되는 셈이다.
中 인민폐 100위안, 장마당 환율 3만4천원
중국산 잡화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온 이씨의 가족들은 치솟는 물가와 당국의 장마당 단속 때문에 장사를 그만두었다.
농사철이 되면서 당국이 장마당 운영을 제한하고, 지난 5월 청진에서 중국산 사탕과 약품을 먹은 어린이들이 무더기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까지 발생, 중국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산이 태반인 북한에서 중국상품을 통제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기 격’. 단속을 빌미로 규찰대들은 중국산 술, 담배 등을 몰수하는 등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청진에서 인민폐 100위안은 북한돈 34,000원 수준. 이를 달러로 연동시켜보면 1달러 대략 2,750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3월 무산 장마당 환율은 인민폐 100위안은 북한돈 37,125원, 달러는 1달러당 2,970원이었다. 3월보다 인민폐 100원당 약 3,000원 가량 떨어진 환율이다.
지방공장 대부분 농촌동원
이씨의 남동생이 다니는 청진시 지방산업공장은 요즘 공장문을 닫고 노동자들을 농촌에 내보낸다고 한다. 평양에 있는 중앙기업들이 생산에 들어갔다는 북한선전매체들의 보도에 비해 지방산업은 아주 열악한 수준이다.
이유는 90년대 중반 경제가 파괴되면서 지방산업들은 심각한 설비와 자재 부족으로 그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진 출신 탈북자 A씨의 말에 의하면 “공장에 전동기와 전력선을 도둑질해 팔아먹어 자체 회복이 어렵다. 공장 자체로 복구하자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 나올 데가 없지 않은가”라고 개탄했다.
그중 시급한 것은 전력사정이다. 최근 농사철이 되어 도시의 모든 전기를 양수기 가동에 동원하기 때문에 농촌에는 하루 10시간 가량 전기가 공급된다고 한다. 농촌에 전기가 들어오는 대신 도시는 까막세상에 잠기게 된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