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묻지마식 접촉제안…고민 많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군사.외교 협의를 제외하고는 첫 남북 당국간 대화였던 21일 개성접촉과 관련, 정부는 접촉 제안을 접수한 뒤 수락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접촉에 대해 “북한에 가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당시 고충을 설명했다. 고민의 주된 이유는 북측의 제안이 사실상 ‘묻지마식 접촉’이었기 때문이다.

북측이 지난 16일 당국자 방북을 초청하면서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전해온 메시지는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문제를 통보할 것이니 관리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와 함께 21일 개성공단으로 오라’는 것이 전부였다.

북측에서 누가 나올 것인지, 의제가 무엇인지, 심지어 개성공단내 어디로 오라는 내용도 없었다. 더욱이 북측 통지문의 뉘앙스로 미뤄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였기에 북측의 일방적 입장만 듣고 허탈하게 돌아올 수 있다는게 정부의 걱정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정부가 김영탁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을 비롯한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로선 가장 중요한 일이 억류된 유씨 문제였다”며 “유씨 석방 문제와 관련, 간접 경로를 통해 그간 북측에 정부 입장을 얘기했는데 북한의 태도에 변함이 없으니 직접 가서 한번 해보자는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북측 카운터파트인 총국 인사들은 ‘현대아산 직원 조사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21일 오전에 진행된 예비접촉에서 본 접촉을 남측 기관인 관리위에서 할 것이냐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총국)에서 할 것이냐를 두고 승강이가 벌어지던 와중에도 정부는 유씨 문제를 논의한다면 총국으로 건너갈 용의도 있다고 했지만 북측은 요지부동이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남북 당국자들이 오랜만에 만난 때문인지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철수 부총국장이 이끈 북측 대표단 인사들이 22분간의 접촉이 종료된 후에도 총국 사무실에서 하염없이 남측 대표단을 기다리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접촉에서 임금인상 등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문건을 전한 뒤 ‘남측 입장을 달라’고 요구했고 우리측은 ‘돌아가서 검토한 뒤 주겠다’고 했는데 북측이 ‘서울로 돌아가서 검토한 뒤 주겠다’는 우리 얘기를 ‘(남측 대표단 상황실을 차려둔) 개성공단관리위에 잠시 갔다가 돌아와서 답을 주겠다’는 뜻으로 착각했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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