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건, 진위논란 잦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실험 이후 남측에서 식량이 지원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군량미를 우선적으로 확충하라고 했다는 지시문과 식량통계를 왜곡한 농업부문 간부를 처벌하는 비서국 결정문이라는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문은 ’김익현 군수동원 총국장’에게 직접 지시한 것을 기록한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수동원 총국장으로 지명된 김익현은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함께 한 동료로 통일부 등에서 발행한 각종 자료상에 1916년생으로 돼 있어 현재 91세 고령이며, 당 중앙군사위원이라는 명예직 이외에는 실무를 떠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을 언론사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익현 총국장은 70대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김익현이 지난 10월 사망한 백학림(87) 군 차수와 함께 김 주석의 전령병(연락병)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감안해도 현재 80대 중반 이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북한은 2003년 9월 항일빨치산 출신 등 나이가 많은 군 고위 인사 상당수를 현직에서 해임하고 각 군단 사령관을 40∼50대로 교체하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으며 당시 김익현 차수도 현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9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 회의에서도 호위사령관을 맡았던 리을설 원수와 인민보안상직을 수행하던 백학림 차수 등 항일빨치산 세대를 국방위 위원에서 해임하고 새로운 인물로 교체했다.

백 차수는 최룡수에게 인민보안상을, 제2경제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철만 정치국 후보위원은 백세봉 현 국방위원에게 각각 물려줬다.

농업생산량을 조작 보고한 농업부문 관계자들을 처벌했다는 당 중앙위 비서국 결정도 여러 대목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결정문은 올해 식량생산량을 ’210만t을 350만t’으로 조작했다고 지적했으나 실제 생산량은 350만t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북한 농업 관계자들이 350만t으로 보고 했다면 비교적 정확한 보고를 한 셈이 된다.

또 결정문에서는 농업검열을 실시했다고 적시했으나 국내 정보기관은 북한의 내부적인 검열이나 징계 관련 동향은 전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정보기관들은 도·감청 등을 통해 북한의 내부 움직임을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이번 문건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에서도 입수했지만 북한에서 제작된 문건이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여러 정황상 탈북자들이나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이 금전적 대가를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보이며 좀 더 정밀하게 진위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김익현은 현재 90대가 아니라 70대이고 당 중앙위 민방위부장과 군수동원 총국장을 겸직하고 있다”며 “다각도로 체크한 결과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공개했고 교수의 권위를 걸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한 문건들에 대해 진위 여부 논란이 빚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북한사회의 폐쇄성과 그에 따른 정보의 ’폭발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4년 영국 BBC를 통해 공개돼 충격을 줬던 북한의 ’생체실험 이관서’는 국내 정보기관이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만들어진 문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된 생체실험 이 관서에는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국가보위부’라는 명칭이 담긴 직인이 사용됐다.

북한의 정보기관의 공식명칭은 ’국가안전보위부’이며 직인도 이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모 잡지가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의 노동당 책임 부부장 임명 비서국 지시문도 서체와 문서 형식 등으로 미뤄볼 때 조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 인민보안성은 지난 4월 대북비난 자료 수집을 위해 마약공장을 촬영하려고 시도한 외국인 범죄자를 체포했다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범인들은) 촬영을 부탁한 사람들로부터 거액의 보수를 약속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