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재봉 구호나무 사건’을 아십니까?

▲ ‘무재봉 구호나무 사고’를 형상한 북한선전화

노동신문은 21일과 22일 잇따라 7년 전 구호나무를 결사적으로 보호하다 희생된 17명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살아남은 3명이 받은 ‘장군님의 사랑과 배려’에 대한 글도 사진과 함께 실었다.

‘구호나무’는 일제 때 항일 빨치산들이 싸우면서 나무에 기록해놓은 구호(口號)가 훗날 북한 전역에서 발견되었다며 북한당국이 날조한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신문은 20명의 군인들 중 온몸에 화상을 입고 살아난 3명의 군인들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중국의 모 정형외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치료를 받고 돌아온 한 여성군인은 김정일에게 편지를 올리며 “혁명전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영웅으로 내세워주시는 장군님의 사랑에 눈물을 흘렸다”고 선전했다.

▲ 중국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3명의 군인

‘구호나무 보호사건’의 진상

1998년 3월에 발생한 ‘무재봉 구호나무 사고’는 북한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함경남도 일대에 있는 산 무재봉에는 ‘백두산 3대장군’을 칭송하는 수백 그루의 구호나무가 있었다.

사고의 경위는 이러하다. 식량난에 허덕이던 주민들은 초봄이 되자, 산에 올라가 뙈기밭을 일구느라 불을 질렀다. 인근의 산에서 시작된 불길은 무재봉의 산림을 덮치기 시작했다.

구호나무가 있는 산에는 개간을 하지 못하도록 특별히 통제했기 때문에 산에는 나무가 많았다. 이때 부근에 주둔하고 있던 인민군 한 개중대가 불을 끄기 위해 산으로 올랐다. 인근의 사람들이 다 동원되었지만, 사람의 힘으로 불을 끈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거목들이 여기저기 쓰러지면서 불더미 속에서 바위가 튀고,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게 연기가 자욱했다. 불길에 포위된 군인들은 정치 지도원의 구령에 따라 구호나무에 흙을 퍼붓고, 옷을 벗어 구호나무를 덮다가 20명이 질식되었다. 결과 17명은 까맣게 타 그자리에서 사망되었고, 3명만 겨우 소생됐다.

부대 지휘부는 이들의 사망에 대해 “연기에 하나 둘 질식되고, 살점이 익어 떨어지는 고통 속에서 20명의 병사들은 한 손에 위대한 수령님의 초상휘장을 꼭 그러쥐고, 한 손으로는 불붙는 구호나무를 부여안고 희생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정일은 중앙인민위원회 결정을 내려 희생된 17명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했고, 살아남은 3명에게 ‘김일성 청년영예상’ 등 높은 국가수훈을 해주었다.

이 사건으로 ‘수령결사옹위 정신’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수령 결사옹위정신’이란 수령(김일성, 김정일)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정신을 생활화 하자는 것이다. 이후 ‘무재봉 구호나무 사고’는 ‘수령 결사옹위정신’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 주민들을 학습시키는 데 동원되어 왔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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