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농사철을 맞아 모든 무역회사들에 비료과제를 할당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무역활동에 제동을 걸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국가계획위원회가 국가 무역기관들의 연간 수출입 무역와크(허가증)를 승인해 준다는 점을 악용, 비료 상납을 강요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대북 제재로 돈줄이 차단된 당국이 외화벌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무역회사에 최근 7차 당(黨) 대회를 성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충성자금(3000달러) 상납을 강요한 데 이어 비료 확보도 강박하고 있는 셈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 무역성을 비롯한 모든 무역회사들에 올 농사에 필요한 영농자재와 방대한 비료 수입과제가 하달됐다”면서 “(당국이) 비료 과제를 수행 못한 단위들엔 수출입 허가를 해주지 않을 것이란 공문을 각급 무역회사들에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때문에 무역 및 외화벌이 회사들은 얼마 남지 않은 ‘70일 전투’ 기간 중에 맡은 비료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면서 “무역회사 책임일꾼들은 직접 중국에 나가 대방(무역업자)들과의 교섭을 벌이는가 하면 기업소 해외연고자들까지 총동원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심지어 남양, 신의주 국경세관주변 마을에 중국친척을 불러내어 얼마간의 비료라도 ‘구걸’하려는 ‘짝퉁무역업자’들로 붐비고 있다”면서 “무역회사와 관계있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비료와 비닐 박막구입을 위해서라면 밀수행위를 눈감아주는 경우도 나온다”고 현지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20일 “(남흥 화학공장에서) 70일 전투 전에 비해 하루 평균 640톤, 전투 목표에 비해서도 440톤의 비료가 증산되는 자랑찬 성과가 이룩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이는 선전일 뿐, 금년에도 비료를 대량수입하지 않으면 농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료도 문제지만 협동농장들에서는 벼, 옥수수와 같은 알곡작물 모판을 만들어 놓고 씌울 비닐박막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때문에 모든 가정들에서 1평방 이상의 비닐박막을 바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해 자투리까지 수집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무역회사들에 정확한 수량은 할당하지 않았지만 양에 따라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충성경쟁’을 벌이게 한다”면서 “마지못해 동원되고 있는 회사들은 값눅은(싼) 저질비료만 들여오고 있어 농장원 사이에서는 ‘쓰지 못할 비료를 공급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