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역일꾼 “경제특구 특수를 잡아라”

北무역일꾼들의 업무차량@dailyNK

북한의 경제특구 추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경제특구 특수’를 선점하려는 북한 무역일꾼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 1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에 이어 최근 장성택의 경제시찰단까지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에 체류중인 북한 무역일꾼들은 ‘경제특구’에 대비한 ‘투자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25일 중국 단둥(丹東)에 파견 나온 △△도(道) 무역국 소속 김모(39세)씨는 “지금 정세는 중앙에서 어느날 갑자기 경제특구를 선포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제특구가 발표되기 전에 미리 투자자를 섭외해서 토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는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물건을 사고 팔아 차액을 남기는 것이 주된 일이었는데, 이제는 상부에서 장기투자자를 찾아오라고 다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소속된 무역국에서는 경제특구가 지정되면 국경을 오가며 얻는 ‘매매 차액’보다 성공한 투자에서 받는 ‘배당금’이 더 짭짤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장군님의 경제특구 방침을 성공시키기 위해 영웅적으로 투쟁했다’는 식의 상부 평가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자 찾기가 주공전선(?)

김씨는 “경제특구가 확정되고 나면 경제특구 소속 외화벌이 단위(기관)의 권한이 강화되기 때문에 우리 같은 단위들은 맥을 못쓰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제특구가 발표되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 한다는 것.

김씨에 따르면 현재 단둥(丹東), 선양(瀋陽), 창춘(長春), 지린(吉林), 하얼빈(哈爾濱)과 옌벤조선족자치주 등 중국의 동북3성 대부분의 도시에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일꾼을 파견하는 단위들도 가지각색이다. 중국 단둥(丹東)에는 중앙의 대외경제협력위원회뿐 아니라 각 도(道) 무역국, 인민군대, 국가안전보위부도 무역일꾼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 단위에서 파견된 무역일꾼들은 자주 거래하는 중국측 무역회사에 상주하며 중국 투자자뿐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의 투자자까지 거리낌 없이 접촉하고 있다.

무역국이나 군대, 보위부보다 상대적으로 뒷배경이 약한 단위들은 주로 중국쪽 인맥을 이용하여 투자자를 찾는다. <조선출판물교류협의회>나 <보건성 대외사업국>등의 단위에서조차 합작을 통한 ‘외화벌이’를 위해 일꾼들을 파견한다.

최근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한국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오히려 더 선호한다. 최씨는 “같은 투자자라면 한국사람이 더 좋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에 대해 북한당국이 많이 관대해졌을 뿐더러 말도 잘 통하고, 까다롭지 않으며, 한번 투자하면 쉽게 철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여행자들도 ‘투자자 찾기’ 나서

무역일꾼뿐 아니라 중국을 방문한 단순 여행자들도 ‘투자자’를 찾고 있다.

4년째 단둥(丹東)에서 북한주민 구호활동을 벌이는 선교사 최씨는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여행자들로부터 난감한 부탁을 받을 때가 많다.

“북한당국은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다’는 이유로 30~40대 젊은 사람들에게는 중국여행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노인’들이 방문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북한에 투자할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노인들이 ‘합영’이니 ‘합작’이니 하는 말을 자연스레 꺼냅니다.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죠”

지난 19일, 북한으로 돌아갈 날짜를 이틀 앞두고 기자와 만난 북 주민 박모(62세)씨도 “두 달 간 중국에서 투자자를 찾았지만 신통치 않다”며 “이번에 ‘합작’을 하나만 성사시켰으면 다음에 큰 딸을 (중국에) 보낼 수 있을 텐데…”라며 기자에게까지 (투자할)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왕개구리 양식에서 신기한(?) 점화 용접봉까지

무역일꾼과 여행자들이 제안하는 각종 사업도 다양하다.

박모씨가 기자에게 제안한 사업은 ‘왕개구리 양식’ 이다.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왕개구리’는 최대 성장 때 무게가 3~4kg까지 나가는데, 왕개구리의 지방은 화장품 재료로 쓰고, 가죽은 구두∙가방∙지갑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왕개구리 알은 심장 강화제와 비타민제 원료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단둥(丹東)에서 만난 북한 무역일꾼에게 들은 사업 중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용접봉’ 사업도 있다. 북한의 노(老) 과학자가 개발했다는 이 용접봉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성냥이나 라이타로 용접봉에 불을 붙여 접합 부위에 가까이 하면 용접봉이 녹으면서 접합에 성공한다는 신기한(?) 성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노(老)과학자는 용접봉 개발로 제네바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메달도 획득했다는데, 북한 경제가 어려워 양산시설을 못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광산개발, 희귀금속 채굴, 피복 및 수예 가공품 제작, 미술창작품과 출판물 판매, 약초채집 및 가공, 각종 수산물 양식 등은 북한의 무역일꾼이라면 한결같이 제시하는 ‘투자종목’이다.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도둑맞지 않도록 북한의 합작 기업에서 책임지고 경비해준다”는 부연설명도 뒤따른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