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목매는 상황, 양보 받아낼 수 있을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9일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남북간 협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며 “조만간이라고 이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정상회담과 관련한 취임 후 발언 중에 유일하게 시기를 구체화 한 것으로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남북간 논의가 진전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올 한해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재개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적 구애 공세를 펼쳐왔다. 남북은 지난해 8월 이후 제3국 등지에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물밑접촉을 시도했지만, 장소와 의제 문제 등으로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장소를 서울로 고집하지 않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핵포기와 국군포로·납치자 문제 등의 의제는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굽히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이 먼저 장소 문제에 대해서 일정 정도 양보안을 내놓은 이후 이번에는 북한이 국군포로, 납치자 등 인도적 사안과 관련해 모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만약 남북간 이견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압력의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31일 방송된 KTV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개최 여부에 대한 볼은 북한의 코트에 가 있다”며 북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정상회담은 원래 북한측에서 제안해 왔고, 요구했던 사안”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조건을 얘기해 왔고, 대통령도 지금 단계에서는 그 의지를 밝히신 정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가급적 많은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이나 제재 해제 등을 두고 중국, 미국 등과 게임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남북관계에서는)우리가 조바심을 내지 않고 북한이 목을 매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 국군포로·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던 북한이 종전 입장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국군포로 유해발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북간 대화 무드가 조성된 최근의 상황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이 최근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북핵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시하는 등 북핵문제의 당사자로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30일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인 CNN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북한의 핵포기 결정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에서 단계별로 진행해 왔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우리가 제시한 그랜드바겐, 즉 북핵 일괄 타결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 일련의 이 대통령의 발언에 미루어 볼 때 ‘연내’ 정상회담이 추진되면 과거 회담과는 달리 북핵문제를 ‘의제’로 산정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한 대북전문가는 “정상회담을 서두르게 된다면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도 높다”며 “북핵 문제와 인도적 사안이라는 두 가지 아젠다에 대해 북한이 구체적인 답변을 실무적 차원에서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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