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 타국 아프리카돼지열병 보도하면서 내부 상황 언급 無

“어느 나라에선 폐사한 돼지 밀매도” 북 상황 다른 나라 얘기 하듯 보도

돼지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4월 23일 태천돼지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다만 다른 나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사실은 전하면서도 정작 북한 내부의 전염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신문은 2일 ‘악화되는 전파 상황, 초래될 심각한 후과’라는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윁남(베트남)의 전반적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되고 있어 3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사했다”며 “중국, 캄보자(캄보디아), 벌라기라(불가리아), 라오스 등 여러나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계속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문은 “일부 사람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며 “실제로 어느 한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죽은 돼지들을 땅에 묻는 작업을 하지 않고 그것들을 밀매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태는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확인된다.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개인이 집에서 사육하다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사한 돼지를 독축해 시장에 팔거나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또…北, 대응 나서지만 실상은 ‘허점투성이’)

북한 당국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지만 개인이 폐사한 돼지를 암암리에 거래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을 언급하며 사전·사후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첫 2개월 동안 약 10만 마리의 돼지를 처분함으로서 수천만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조성되고 이것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베트남의 사례를 밝히며 “돼지 16만 마리를 길렀던 윁남 어느 지역의 1만 5000세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경제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내부에서 전파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상황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지난 5월 31일과 6월 12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보도에서도 신문은 중국과 베트남, 몽골, 중국 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히 퍼졌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염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6월 12일 보도에서는 “축산단위들에서는 비상 방역 표어들을 게시하고 외부인원 차단, 수송수단과 돼지 우리에 대한 철저한 소독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며 전염을 막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비상 방역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 보도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서 올 2월 평양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양강도 혜산 지역에서 돼지를 폐사하고 4월엔 황해북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자강도 등으로 확산돼 돼지고기 유통을 금지시키고 축사를 폐쇄하는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당국은 5월 23일 자강도 우시군 북상 협동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병했으며 25일 확인됐다는 사실을 이달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매체들은 북한 내부의 감염 사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현재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북한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독약, 살포 장비, 진단 키트 등 방역 자재 부족으로 방역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에서 수의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원은 “현재도 북한에서 돼지열병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이라며 “한 번 발병하면 폐사를 시켜야 끝이 나는데 북한은 발병 상황도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고 방역이나, 살처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돼지열병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신문이 북한 내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감염 돼지를 암암리에 유통하고 있는 사실을 다른 나라 얘기처럼 언급한 것에 대해 조 연구원은 노동신문 보도에서 당국의 행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조 연구원은 “대내외적인 위신과 선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공식적으로 내부 상황을 공개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상황을 전하면서 대외적으로 이와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 내부 상황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