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만경대 가문’부각 3대세습 정당화 수순”

북한 노동신문이 ‘김형직-일성-정일’로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만경대 가문’을 부각시키며 2012년 달성을 목표로 내건 ‘강성대국’과 연결시켜 주목된다.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26일 2면 전면에 게재한 ‘휘황찬란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제하의 글에서 “김형직 선생님으로부터 어버이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대에 이르는 만경대혁명일가의 숭고한 지향과 포부는 무궁 번영할 강성대국이었다”고 주장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만경대 가문’이 지향하는 목표가 ‘강성대국’이었음을 강변하면서 ‘김일성-정일 권력세습=북한의 미래’를 강조한 것은 향후 ‘3대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문은 특히 “만경대 위인들처럼 3대를 이어 한 나라, 한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역사의 숫눈길을 억세게 걸어오신 열혈 혁명가, 열혈 애국자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만경대 3대 위인의 애국의 전통이 피줄기처럼 관통되어 있고 끝없이 창창한 선군혁명의 미래와 잇닿은 우리의 내일”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은 “일찍이 김형직 선생님께서는 지원(志遠)의 사상을 내놓으시고 혁명은 대를 이어 계속하여야 한다는 뜻이 담긴 노래 ‘남산의 푸른 소나무’를 지으셨고, 수령님께서는 지원의 사상을 계승·발전시켜 우리 혁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시었다. 지원의 사상은 수령님의 대를 거쳐 나의 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혁명의 길이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온갖 난관과 시련을 이겨내고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완성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만경대 가문의 전통이 피줄기처럼 관통되어 있고’(노동신문)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완성’하자는 김정일의 발언을 미뤄볼 때도 ‘3대 세습’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동신문은 지난 6일에도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 이 구호를 더 높이 들고 나가자’라는 사설에서 김형직의 ‘지원(志遠) 사상’을 강조하면서 ‘만경대 가문’을 언급,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혁명을 강조하며 세습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16일에도 사설을 통해 “백두의 혈통의 빛나는 계승 속에 주체혁명의 양양한 전도가 있다”며 ‘혈통’과 ‘계승’을 강조했다. 신문은 특히 “전통계승 문제는 혁명의 명맥과 사회주의의 전도와 관련되는 중대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주민들에게 ‘대를 이어 충성하라’는 식의 가계 우상화 차원에서 ‘만경대 가문’을 언급해 왔다.

하지만 김정일 ‘와병설’ 이후 ‘후계구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이 외부에 공개되고 있는 와중에 노동신문이 잇따라 ‘혁명전통’을 강조하면서 ‘만경대 가문’을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장남 김정남이 ‘새별장군’으로 불리며 후계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소문과 함께 지난달 8일 김정일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자신의 삼남 정운을 후계자로 결정한 ‘교시’를 내렸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신문이 계속해서 혁명전통 계승을 강조하는 것은 ‘3대 세습’의 정당성을 주민들에게 부각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경대 가문’을 언급한 것은 곧 ‘김일성-김정일-김정일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구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도 “당 기관지가 나서서 ‘만경대 가문’을 언급하는 것은 대를 이어야 혁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김일성 민족’임을 강조해 왔던 것에 비쳐볼 때 후계자가 누가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李)씨 조선’처럼 세습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당 기관지가 연이어 ‘만경대 가문’을 강조하면서 대를 이어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것을 강변하는 것은 ‘3대세습’의 당위성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더 이상 ‘후계구도’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이 ‘만경대 가문’의 지향과 북한의 미래를 동일시 한 것도 결국 김일성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 후계구도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3월8일 대의원선거 이후 김정일의 3남인 정운의 공식직함을 면밀히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 김정일의 권력 승계 과정 코스를 밟아가면서 후계자로서 위치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