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마약 덫에 걸려 무너진 차이나드림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에 왔다 북한 마약의 덫에 빠져 돈을 벌기는커녕 인생을 망치는 한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몰아친 세계금융 위기로 인해 사업에 실패한 뒤 ‘마약 로또’의 유혹 빠져 평생 씻지 못할 오명을 쓴 채 머나먼 이국 땅에서 차가운 감옥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고 있는 것.

11일 주선양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랴오닝(遼寧), 옌변(延邊) 등 북한 접경지역에서 북한산 마약을 밀매하다 중국 공안당국에 검거되는 한국인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6월 현재 동북지역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는 기결수 79명, 미결수 47명 등 모두 126명.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4명이 마약 밀매사범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밀입국이나 사기, 절도 등 다른 범죄사범 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유독 마약사범은 지난해 35명에서 올해 64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월 윤모(48.여)씨가 다롄(大連)공항에서 수백g의 필로폰을 숨겨 한국으로 반입하려다 검색대에 걸려 구속되는 등 중국에서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다 경제 위기로 문을 닫은 교민이나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된 보따리상들 가운데 마약에 손을 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 한국인들이 마약의 덫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세계적인 필로폰 공급지로 꼽히는 북한과 가까이 있는 데다 북한 사람들과 언어 소통이 가능해 필로폰 밀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공안 당국에 검거된 한 한국인은 “북한 그림을 구입해 한국에 가서 팔았는데 전부 가짜로 밝혀져 적지않은 빚을 졌다”며 “그림을 공급했던 북한사람에게 따졌더니 ‘필로폰을 팔아주면 손실분을 보전해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마약에 손을 대게 됐다”고 후회했다.

엄모(46)씨도 2007년 7월 단둥(丹東)에서 북한에서 반입된 필로폰 900g을 구입, 판매하다 적발돼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보다 7개월전인 2006년 12월에는 북한 접경지역인 지린(吉林) 롱징(龍井)에서 200g의 필로폰을 북한사람을 통해 구입, 산둥(山東)으로 운반하던 장(41)씨가 중국 공안당국에 적발되는 등 한국인 마약사범들은 예외없이 북한과 선이 닿고 있다.

마약에 손을 대는 또 다른 이유는 밀매에 성공하기만 하면 엄청난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0.03g의 필로폰이 500위안(9만1천원)에 거래되는데 중국 거래 가격은 1g에 300-400위안으로 30배 이상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한 건만 제대로 ‘터뜨리면’ 중국에서 손해본 돈을 벌충하고도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셈이다.

한 교민은 “사업에 실패한 뒤 ‘이대로는 한국에 들어가 가족들 볼 낯이 없다’는 강박 관념에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 최대 마약 공급처 가운데 하나인 북한과 인접해 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든 마약 거래에 뛰어들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한국인 마약사범에 비교적 관대했던 중국 공안당국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기결수 79명 가운데 72명이 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들 상당수가 마약사범들이다.

주선양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중국 공안당국이 마약사범을 엄벌하면서도 한국인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왔으나 최근 북한과 연계된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무기 수출길이 막히면 마약 밀매가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한국인 마약사범이 더 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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