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설주 동행 예고…”관련 외신 보도·동향 보고하라”

[2018 남북정상회담 D-1] “리설주 판문점 방문, 지시문에 포함…정상국가 이미지 구축 의도”

북한 당국이 지난 23일 각 기관에 은밀히 하달한 지시문을 통해 북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동행을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리설주가 동행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고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3일 (당국이) 각 기관에 내린 지시문에 리설주 여사가 판문점 남측 지역을 방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이날 지시문에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와 함께 군사분계선 판문점 남측지역을 방문하시는 이전과 당일 이후 전 세계 언론 보도기관들과 해당파견지 나라들의 구체적 동향과 움직임을 대사관을 통하여 일일 보고할 데 대한 긴급조치를 비밀리에 조직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 세계 언론의 보도와 관련 움직임을 보고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부인 리설주가 동행할 것을 드러낸 셈이다.

이와 관련, 앞선 1,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2000, 2007년에는 김정일의 부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우리 측에선 각각 이희호·권양숙 여사가 정상회담에 동행했지만, 북한의 여성계 대표들과 만나는 데 그쳤던 것.

이는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과도 연관된다. 김정일은 사실상 네 번째 부인이었던 김옥을 중국·러시아 방문에 동행시키기도 했지만, 공식 배우자 자격은 아니었다. 심지어 북한 매체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다.

또한 김정은의 모친 고용희는 28년간 김정일 곁을 지켰지만 북송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은둔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다른 양상이다. 2012년 7월 능라인민유원지 완공식에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등장한 리설주는 공개활동에 수시로 함께 등장하면서 존재감이 키웠다. 호칭도 동지에서 ‘존경하는 여사’로 급상승했다.

특히 김정은은 집권 후 첫 외국 방문길에 리설주를 포함시켰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중국 방문에서 리설주는 연회 등의 일정에 참석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의 부인 펑리위안과 나란히 섰다. 이미 국제무대에 퍼스트레이디로 섰던 리설주가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등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세계적 이목이 쏠려 있는 행사에 리설주를 등장시켜 분위기를 유화적으로 이끌어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사실 리설주의 입장에서는 두 번째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셈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반감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리설주의 남북 정상회담 동행은 ‘나는 아버지(김정일)과는 달리 개방적’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면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김정은이 다른 나라와 유사한 통상적인 행위를 시도함으로써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청와대는 아직까지 리설주 동행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