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비아식 핵 해법’ 수용불가 요지부동

미국이 최근 북한에 대해 리비아처럼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북·미 외교관계수립의 길을 택할 것을 다시 압박하고 나서 북측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성명에서 리비아가 2003년 12월 이후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폐기했음을 지적하고 25년여만에 양국간 외교관계를 전면 복원한다고 발표하면서 리비아는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에 “중요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은 리비아식 해법에 시종일관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와 태도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3년 12월 리비아식 모델이 제시된 이후 외무성 대변인과 언론을 통해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름의 이유를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작년 1월 방북했던 톰 랜토스 미 하원의원도 북측에 핵문제의 구체적인 해결방식으로 리비아식 해법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리비아와 다르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북한은 리비아식 해법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리비아가 선 핵포기에 부합하는 충분한 보상을 미국으로부터 얻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2005.1.15)는 “미국의 선핵포기 요구에 응한 대가로 리비아가 얻은 것이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 리비아가 받은 보상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고 부분적인 경제제재 해제 조치가 전부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마치 큰 대가를 줄듯이 떠들던 미국과 서방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자 다 파먹은 김칫독 보듯 별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서방나라들은 대가 지불에는 관심이 없고 리비아의 풍부한 원유자원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미국이 리비아에도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북한에게는 리비아만도 못한 대가와 보상으로 끝낼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리비아가 선핵포기 대가로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혜택’을 얻었다고 해서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쉽지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또 리비아식 해법을 거부하는 이유로 리비아에 강요된 ’선 핵포기’가 한반도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북.미관계는 뿌리깊은 적대 및 교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리비아와 미국의 적대관계는 단순히 리비아의 테러와 반미주의로 생겨났으며, 현실적으로 리비아에는 미군이 존재하지 않지만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북침’을 항시적으로 노리는 수만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리비아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정권교체는 가다피가 친미로 돌아서 의미가 없어졌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체제 전복을 노리고 있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결코 북한 체제를 놔둘 리가 만무하다는 입장이다.

통일신보(2004.8.14)는 북한과 리비아의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북한이 리비아의 선례를 따른다면 그 대가는 “전쟁의 참화이고 노예의 비참한 운명”이라며 북한에 필요한 것은 리비아식 해법이 아니라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 방식’인 ’조선식 해법’이라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