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하면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의 유화·긴장국면이 오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에 따라 긴장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계속해서 ‘위협’ 수위를 높여왔던 북한이 로켓발사까지 강행하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정부도 ‘제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는 로켓발사에 대한 국제적 대응 정도와 이에 따른 북한 당국의 반응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관련 논의 결과와 그에 따른 북측의 반응, 이어질 미사일·북핵 관련 미·북 협상과정이 남북관계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이 그에 맞서 대남 강경 행동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어렵게 전개될 공산도 크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남한 정부가 로켓 발사를 이유로 PSI에 참여한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우리의 PSI 전면 참여에 반발, 개성공단 통행 재차단, 남북해운합의서 무효화,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도발 등으로 대응할 경우 남북관계는 극단적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억류상태인 현대아산 직원 A씨 사건도 장기화될 공산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북한의 대응 수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우리 정부도 모종의 대응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도 참여를 유보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선 ‘무작정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기류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로켓발사와 개성공단 등은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긴장이 극도로 고조될 경우 국민의 ‘신변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 여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남북관계의 안정적 운영과 국민의 ‘신변안전’이라는 목표에 따라 평양 등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철수 조치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체류인원에 대해서도 ‘신변안전관리지침’을 긴급하달, 체류인원 신변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현장을 관리토록 지시했다.
이종주 부대변인은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제재성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외에 남북 관계차원의 전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결정되거나 밝힐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로켓발사에 성공할 경우 미·북간 대화국면이 조성돼 남북간에도 유화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고 이후 예정된 북핵협상에서도 ‘미사일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대화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체제결속과 국제 협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나 북핵 6자회담 개최를 제기해 ‘통큰’ 이미지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로켓발사에 성공한다면 애초 목적했던 바를 이룰 것”이라며 “극적인 효과를 즐기는 김정일은 또 다른 국면을 만들 기회라고 여겨 6자회담, 미·북 양자대화 등을 선제 제안해, 유화국면을 조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우리 정부의 PSI참여와 국제사회의 ‘제재’는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우리 정부의 PSI참여는 당연하다”고 말했고,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도 “북한이 PSI참여에 대해 ‘위협’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로켓발사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송 소장은 “개성공단의 인질사태는 풀리겠지만 남북경협에서 이미 ‘안전’이라는 인프라가 훼손됐기 때문에 남북간 경협 관련 발전은 정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 교수는 “당장 개성공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간 국지적 충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국지전을 감행한다면 로켓발사의 평화적 이미지도 실추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송 소장은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북핵문제와 관련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근본적 차원에서 남북관계는 긴장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 교수도 “이미 ‘조선신보’ 등을 통해 북한이 로켓기술의 미사일 전용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에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