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발사..전국 차분하게 사태 주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5일 전국은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하며 다소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별다른 동요없이 차분한 휴일을 보냈다.

특히 남북관계에 민감한 강원.인천.경기북부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조업 차질과 영농제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동해안 최북단 지역인 강원도 고성군 어민들은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어로한계선 이북 저도어장의 어업활동 통제가 강화될 것을 걱정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어민들은 “저도어장은 한때 황금어장이라고 불릴 만큼 해산물이 풍부했지만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북한이 로켓까지 발사해 출어조차 중단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해안 최북단 연평도 어민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에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민감한 대북상황으로 출어가 늦어져 지난 3일에야 본격적인 꽃게잡이에 나선 연평도 어민들은 이날 오전 서해상에 낀 짙은 안개로 조업에 나서지 못한데다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까지 전해지자 한숨을 내쉬었다.

연평도 어민 김모(36) 씨는 “해마다 5-6월이면 서해상에서 북한의 도발을 걱정해 왔는데 올해는 로켓 발사로 긴장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인근 백령도 어민 유모(67.여) 씨도 “북한이 로켓을 쏜 방향이 서해 5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와 강원 등 휴전선 인근에서 못자리와 논갈이, 비닐하우스 설치 등 분주하게 농사를 준비하는 주민들도 큰 동요는 없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영농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했다.

민통선 안쪽에 위치한 파주 대성동마을 김동현(53) 이장은 “농사일이 바빠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자꾸 남북간 긴장이 고조돼 코앞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하다”며 정부가 정치.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문제를 잘 해결해 주기 바랐다.

인근 통일촌 이완대(56) 이장도 “별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출입제한 조치 등 영농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매번 끌려다니지만 말고 효율적으로 대응해 불안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원군 주민 김영인(49) 씨는 “민통선 안에 살다보니 남북관계를 민감하게 지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돼 서로 농업교류도 하고 실향민들도 고향에 가야 하는데 점점 꿈과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표적 안보 관광지인 파주 임진각과 오두산통일전망대에는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 때문인지 외국인과 실향민들의 모습만 눈에 띌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임진각관광안내소에는 DMZ(비무장지대) 투어가 가능한지 등을 문의하는 시민들의 전화만 잇따랐을 뿐 관광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북녘땅에서 불과 1.8㎞ 떨어진 인천시 강화평화전망대와 개성시 판문군 일대를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김포 애기봉전망대, 화천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평양이 고향이라는 실향민 김용만(76.서울) 씨는 “6.25때 혼자 남쪽으로 내려와 북에 있는 형제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겠지만 양측이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휴전선을 지키는 최전방 군부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비상대기하며 경계근무에 만전을 기했다.

해양경찰청도 해상교통문자(NAVTEX)를 통해 안전항해 방송을 내보내고 서해 접적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 보호를 위해 경비함정을 6척에서 7척으로 늘리는 등 해상경계를 강화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