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발사쇼’에 공중파 방송들 낚였나?

4월 5일 북한의 로켓발사가 전세계 언론에 긴급 타전됐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장 ‘호들갑’을 떨었다. 핵실험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번 로켓발사가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안보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큰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필자가 ‘호들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우리의 이런 대응이 북한이 원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이다. 북한이 마련한 ‘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 관심을 표하고 즉각 호응했다. 이런 호응이야말로 북한이 의도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우리 방송에서는 로켓 발사가 성공이냐 아니냐, 위성이냐 미사일이냐를 두고 많은 보도 분량을 할애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미사일로서는 성공’이란다.

그러면서도 방송은 북의 로켓발사가 유엔결의 1718호 위반임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또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로켓을 발사한다는 비판보도는 ‘발사비용 3억달러(KBS)’, ‘한방에 7천억(MBC)’ 정도에 그쳤다. 심지어 MBC는 수출하면 ‘수지맞는 장사’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내기도했다. 간섭받는 식량원조는 거부하고 미사일 팔아 김정일의 호주머니를 채우겠다는 속셈이 뻔한데도 그런 비판은 없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유를 언론들은 대체로 북한 내부결속용이나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밖에 미사일 수출을 위한 것이거나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 3기체제 출범을 앞두고 ‘축포’를 쏘아올림으로써 내부결속은 됐을지 몰라도 협상카드나 수출용으로는 글쎄다. 일단 미국은 로켓발사 ‘실패’에 방점을 찍었고 ‘당신 같으면 사겠냐’고 되물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SBS는 협상카드로 쓰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리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우리 방송이 북의 의도에 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지난 6일(월) 방송 3사는 ‘사거리 두배증가(KBS)’, ‘나름대로 큰 성과(MBC)’, ‘기술 진일보(SBS)’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MBC는 앵커가 “협상카드 수준은 된다”고까지 말했다.

어쩌면 이것이 북한이 가장 바라고 있었던 바인지 모르겠다. 발사체가 궤도진입에 실패했는데도 김정일이 로켓발사를 참관하고 나서 ‘대만족’했다니 더더욱 그렇다.

우리정부와 미국이 누누이 ‘실패’를 강조하는데도 방송사들은 미사일로서는 ‘성공’했다며 협상카드로서 이용가치가 있음을 확인해줬다. 그나마 SBS가 다른 방송사들과 다르게 발사실패로 협상력에 타격받았다(5일)는 내용과 미국의 실패결론, 수출불가(7일)를 강조한 정도였다.

북한의 로켓발사는 명백한 유엔결의 위반이며 동북아 긴장을 가져오는 잘못된 행위다. 그런데 방송3사는 이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에는 인색했다. 오히려 우리 정부를 비판하거나 오랜만에 일치된 의견을 보인 국회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KBS ‘시사360’은 6일 방송에서 우리정부의 대응에 대해 일관성 없이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사 전에는 ‘대북특사를 보내겠다’고 했다가 발사후 ‘PSI 전면참여’를 검토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대화의 창은 계속 열어두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응대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될 수도 있는 문제다.

MBC는 이대통령과 여야대표와의 면담자리에서 PSI 참여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적극참여 의견을 묵살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야3당 대표 의견 엇갈려’라고 인터넷판 제목을 붙였다.

로켓발사 직후인 6일 국회는 ‘북 로켓발사 규탄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했는데 어떤 방송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한이 진짜 듣고 싶었던 평가를 지난 며칠간 우리 방송들이 선전해주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마도 북한의 쇼에 낚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