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넘나..북핵협상 `중대기로’

북한이 핵시설 복구에 이어 곧 재처리시설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사실상 공언하고 나서 북핵협상이 중대기로에 섰다.

북한은 영변 재처리시설내 봉인과 감시장비를 제거했으며 일주일 정도 뒤에 재처리시설에 핵물질을 투입하겠다고 현지에 머물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팀에 통보했다고 IAEA측이 24일 전했다.

재처리시설에 투입하겠다는 핵물질은 사용후연료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한이 조만간 재처리시설을 가동해 핵탄두에 넣을 플루토늄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중단(8월14일) → 핵시설 복구 검토(8월26일) → 핵시설 복구(9월3일) 등으로 위기지수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사찰단의 접근금지와 재처리시설 재가동이 다음 수순으로 여겨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위기지수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재처리시설 재가동도 한.미 당국의 예상보다는 훨씬 빠르다.

전문가들은 당초 3∼4가지 불능화조치가 취해진 재처리시설을 완전히 복구하는데 적어도 두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의 ‘핵물질 투입’이 ‘재처리시설 재가동’으로 이어진다면 복구를 시작한지 불과 한달만에 완전 복구가 이뤄지는 것이다.

외교 당국자는 “재처리시설 복구가 상당히 많이 이뤄진 것 같다”면서 “전문가들은 당초 시험가동 등 안전조치 등을 모두 감안해서 기간(두달이상)을 예상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천연상태의 우라늄 정제 → ‘미사용 연료봉’ 제조(핵연료봉 공장) → ‘사용후 연료봉’ 제조(미사용 연료봉 연소.5MW원자로) → ‘무기급 플루토늄’ 제조(사용후 연료봉 속 플루토늄 농축.재처리시설) 등의 과정을 거쳐 핵탄두에 넣을 플루토늄을 만들어왔다.

한.미 등은 그동안 플루토늄 생산의 최종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재처리시설 재가동 여부를 ‘레드라인’으로 삼고 복구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통보가 행동으로 옮겨지면 5년 넘게 갖은 고비를 넘고 지속돼 오던 북핵 6자회담은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에 맞춰 북한에 제공되던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합의사항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설득노력이 계속되는 와중이어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큰 우려”와 함께 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시설 복구가 검증체계 구축에 있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가 아니라 부시 행정부하에서 미국과의 협상은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교 당국자는 “아직까지 북한의 의도를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지만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위기를 높이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