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럭비공 행보…70세 김정일 흐려진 판단력 때문?

북한의 잇단 돌발 행보에 우리 정부와 여당은 물론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해 오던 야당까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한 데 이어 9일에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하는등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돌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마치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돌발 행보’가 다급한 내부 사정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정책결정이나 협의과정에 있어 북한 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는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말폭탄’ 공격은 남한 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대남공세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남북회담을 뛰어넘은 채 북미 비핵화 회담으로 곧바로 직행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돌발 행보’가 그동안 북한의 대외 협상전략으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온다.


김정일이 모든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해왔고 직언을 하는 측근들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북한 내 돌발 변수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개인의 의사결정이 대남·대미 등 대외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난 후 돌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2008년 이후 북한의 도발 빈도수가 점차 잦아지고 있으며 강도 역시 강해지고 있다.


북한은 2008년 이후 2차 핵실험(2009년 5월)→대청해전(2009년 11월)→천안함 폭침(2010년 3월)→연평도 도발(2010년 11월) 등 1년 반 사이 무려 4건의 대형 도발을 자행했다. 특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과 같은 기습적인 군사 공격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남북관계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자 도발·강경 기조로 대남정책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로 70대에 들어선 김정일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와 녹취록 공개 협박 행보는 김정일의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의 건강 악화에 따른 대외 정책에 대한 균형감각 상실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대남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인 송봉선 고려대 교수도 “북한의 이번 돌발 행보는 김정일의 심리와 관련이 있다”며 “김정일 성격상 남을 믿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왔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어려서부터 모성애 결핍으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성격을 소유한 김정일이 뚜렷한 방중 성과를 못 거두자 돌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건강 악화와 노환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체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김정일은 강성대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조바심으로 향후 북한이 더욱 우발적이며, 황당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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