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 빚’, 남북러 협력에 걸림돌되나

북한이 러시아에 갚지 않고 있는 채무가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과 러시아외교아카데미(원장 알렉산드르 파노프)가 28∼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 주관한 제 8차 한러포럼에서 양국 전문가들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러시아대사관 공사는 “러시아와 북한은 재무관련 대표들이 수차례 채무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면서 “러시아는 법적으로 채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에 대한 재정 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티모닌 공사는 이어 “이 문제가 가까운 시일안에 해결되기를 기대하지만 현재 북한시장에 투자하려는 러시아 기업은 없다”면서 “북한의 산업시설 현대화에 참여하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리 러시아외교아카데미 아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과 러시아 간 채무에 대해 북한에서는 (정확한 규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이를 인정해야만 상호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구(舊) 소련으로부터 받은 80억달러에 이르는 채무에 대해 “갚을 능력이 안되는 만큼 정치적 해결을 원했다”며 버티고 있는 데 대한 간접적인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남북러 3각협력이 본격화 할 경우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잔여 부채 13억7천만달러와 연계시키려는 의도도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러시아는 최근 구소련의 대외 채무관련 국제 채권단인 파리클럽이나 런던클럽 등에는 채무를 적극 변제하고 있는 반면 한국 채무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며 “이런 태도는 북한 채권을 남한에 대한 부채와 연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러시아는 향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이나 대북 전력지원 등을 위한 3각협력시 비용문제를 논의할 경우 자국의 채무를 북한 채권과 상계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노태우 대통령 당시인 1991년 북방외교를 추진하면서 경제협력 차관 명목으로 14억7천만달러(1조3천671억원)를 구 소련에 제공했으나 러시아는 전차와 장갑차 등으로 일부만 현물로 갚은 뒤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상환을 미루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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