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라진항 추가 개방…대외경제 숨통 트나?

북한이 중국에 라진항을 10년간 추가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올해 초 ‘특별시’로 승격된 라선시를 특구형태로 ‘완전개방’할 것이라는 설(說)도 제기돼 이 지역의 개발·개방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반관영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리룽시(李龍熙)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위원회 부서기가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린성이 10년간 북한 라진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는 내용을 밝혔다고 8일 보도했다.


이번 라진항 개방 결정은 지난달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 그리고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의 방중 등 일련의 북중간 회담을 통해 구체화됐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라진항 10년 사용권 확보는 러시아의 경우처럼 나진항 부두 일부를 사용·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산케이신문은 같은 날 북한 지도부가 라선특별시를 6개월 후 외국기업에 완전 개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일본의 북한인권단체인 ‘구출하자 북한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행정부장은 이달 라선특별시에 대한 현지지도에서 “6개월 후 이곳을 완전 개방한다”고 선언하고, 동행한 군 간부들에게는 “군에 남아있어도 좋지만 군복을 벗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보도매체 등을 통해 확인된 중국의 라진항 사용권과 나선특별시 완전개방설 모두 경제위기에 직면한 북한의 대외무역 변화의 자구(自求)책으로 읽혀진다.


북한은 앞서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려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며 대외무역 정책에 대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달 4일에는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켜 라선시가 북한 경제의 중심지가 될 것임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북한이 라선시를 중심으로 대외무역 정책에 변화를 진행하는 것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 외부 투자·지원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실상 실패로 끝난 화폐개혁에 따른 북한 내 경제파탄이 이 같은 조치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비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과거 라선 특구 실패 전례에 따라 중국의 투자도 북한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도로 및 항만정비 등 북한의 인프라 사업을 주 내용으로 하는 라선항 개발·사용권은 북한이 당장 기대하는 단기적 수입과는 거리가 멀다”며 중국의 라선항 개발·사용이 북한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임 센터장은 이번 중국의 라선항 사용권 확보는 중국의 장기적 전망에 따른 경제적 필요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이 라진항 사용권을 얻음에 따라 운수 능력이 부족한 연변지역이 이를 이용, 지린성의 자원 등을 동해를 통해 상하이(上海) 등 국내로 운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등지로도 수출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도 “중국의 자본 투자는 경제적 논리로 이뤄질 것”이라며 “즉 필요한 부분이외의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북경협의 일관된 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투자규모는 수출라인 확보, ‘동해출구권’ 수준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현 단계에서 라선시가 ‘제한적’ 개혁개방에 나선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의 투자가 현재 북한의 처한 대내외적인 경제적 어려움의 숨통을 틔울 정도가 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대북 투자에 대한 북한의 법적·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핵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정된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임 센터장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 제도변화가 필수적인 요소인데 그런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도 “북미관계 개선 없이 북한에 대한 투자유치는 근본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라선시로 대표되는 북한의 대외 경제정책 변화가 북한의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업적쌓기’의 일환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나선시의 개발·개방문제는 북한이 후계체제 구축의 성과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