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라이스 발언 어떤 반응 보일까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북한을 주권국가라며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밝혀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일단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발언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미 지난 3월에 이번 발언의 ‘복사판’이랄 정도로 똑같은 말을 했고 북한은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 일축하고 만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5일 “(미국이) 공중에 대고 ’주권국가’라고 한마디 던진 것을 믿고 우리더러 일방적으로 회담에 나오라는 것은 강도적 요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6자회담 불참의 가장 큰 이유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며 그 대표적 사례로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10일 논평에서 미국에 6자회담의 기초를 복구할 것을 요구했으나 적대정책의 시정은 고사하고 ‘악의 축’에 이어 ‘폭정의 전초기지’로 헐뜯었다며 “우리 공화국은 그따위 오명을 쓰고 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8일에도 북한 외무성은 자신들이 미국에 6자회담과 별도로 북ㆍ미 양자회담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를 반박하면서 “우리는 이미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오명을 쓰고는 미국과 어떠한 형식의 회담이나 상종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고 말했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북한의 확고한 입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반드시 ’잘못했다’는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해명성 수준 정도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는 뉴욕채널을 통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미국측의 해명성 설명을 듣고 싶어하며 만족스럽다고 판단할 경우 6자회담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8일자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보도들이 전해지고 있기에 그것이 사실인가를 미국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 보고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말한 데서도 양국 간 접촉에 대한 바람을 엿볼 수 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2002년 ’악의 축’ 발언에 대해서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한에 설명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그같은 설명을 다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라이스 장관의 주권국가 발언의 진의여부를 파악하려고 할 수 있다”며 “6자회담 복귀 이전에 비공식 접촉이든 개별적 실무진의 접촉이든 반드시 미국의 해명을 들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바람대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해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6자회담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