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타타담담(打打談談)’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의원들의 개성공단 현장시찰을 수용한다고 밝힌 직후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을 송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최근 대남비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개성공단 관련 남북 간 합의(3통, 국제화)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이번 외통위원들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북한이 외통 위원들의 방북을 허용해 정부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억류됐던 우리 국민들을 제3국 추방이 아닌 판문점을 통해 공개적으로 보낼 것을 밝혀, 통일부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대남공세 수위를 높이던 북한이 돌연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일종의 ‘화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북한의 전형적인 ‘남한 흔들기’ 전술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 국민들을 귀환시키면서 인도적인 조치라는 것을 강조하고 개성공단에 방북한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면서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야당 의원들을 통해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과 이를 통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교수는 데일리NK에 “미국과의 대화에서 한계에 부딪힌 북한이 강온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핵’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유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을 또 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도 “중국이 북한에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깨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과 함께 현재의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향후에도 남한의 대북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전술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 주도권을 잃은 북한이 평화전략을 구사해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외자 유치를 통한 개성특구 등 각 도(道) 경제개발구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이 경색된 남북관계 책임을 남측에 전가해 투자 유치에 유리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대북 전문가는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면서 “향후 경제특구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이러한 이미지 관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을 하고 있다는 프로파간다(선전)을 통해 외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타타담담(打打談談), 담담타타(談談打打)=상대가 강할 때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가치없이 때리고 밟아버리는 위장 전략전술.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국민당과의 국공합작(國共合作)에 이 전략을 구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