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다시 헌법 개정…김정은 ‘정상국가 지도자’ 굳히기?

국무위원장에 법령 공포·대사 임명 권한 부여…'대의원 겸직 금지' 명시하기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
8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29일 열린 제14기 제2차 최고인민회의에서 또다시 헌법을 개정,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한층 강화하고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지위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 4월 우리의 정기국회 격인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김 위원장을 ‘국가대표’로 명시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국가기구와 관련한 헌법 제6장을 수정·보충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국무위원장과 국무위원회의 임무 및 권한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정보고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는 선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새로운 조문으로 규제”했다고 밝혔다. 국무위원장이 대의원직을 겸하지 않는다는 것을 헌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겸직하며 대의원으로서 회의에 참여해왔다. 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치러진 첫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13기)에서 111호 백두산선거구에 입후보해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선거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선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은 최초의 사례이기에 김 위원장의 지위와 관련한 법령 개정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에서 실제 헌법 개정이 이뤄졌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7월에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개정 헌법에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을 새로 추가해 법적으로 국가수반 지위에 오른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북한은 이번 14기 2차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이 대의원을 겸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헌법을 보충해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설정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 나섰다.

실제 최룡해는 의정보고에서 이 같은 헌법 개정 내용을 언급하며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명실공히 전체 조선인민의 한결같은 의사와 염원에 의하여 추대되는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영도자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고착되게 됐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최룡해
8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의정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아울러 북한은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에게 최고인민회의 법령, 국무위원회의 중요 정령과 결정을 공포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국무위원장이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헌법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또한 북한은 국무위원장이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를 임명 또는 소환(해임)한다는 내용도 개정 헌법에 담았다. 기존 헌법에서는 이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었지만, 이번 헌법 개정으로 그 권한을 국무위원장에게 일임한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3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 특징 분석’ 보도자료에서 “지난 4월 14기 1차 회의에서 미완된 국무위원장의 법적 지위와 권능을 정비·강화했다”면서 “북한 정권수립일(9·9)을 앞두고 국가기관 정비 완수를 통해 국무위원회 중심의 국가 권력체계를 확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회의 역할도 한층 커졌다. 최룡해는 이날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정령·결정·지시집행 정형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내용을 비롯해 국무위원회의 임무·권한이 수정보충됐다”고 했다. 기존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무위원회의 임무에 ‘국무위원회 정령’ 집행을 추가함으로써 보다 높은 정치적·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8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밖에 이날 회의에서는 ‘조직 문제’도 안건으로 다뤄졌다. 북한은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해임하고 박용일 조선사회민주당(사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전날(28일) 평양에서 진행된 사민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용일을 위원장으로 선출함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당연직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박용일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민당 위원장은 현재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 대남분야 직책을 역임한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원래 조선사회민주당 당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원로 세대가 가졌던 자리”라며 “이 자리에 실제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을 앉힌 것은 일종의 파격 인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최룡해), 부위원장(태형철, 박용일) 인적 구성을 보면 일단 연령이 젊어졌다”면서 “이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이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고, 박용일을 기용했다는 측면에서 대남·통전 차원에서도 진전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1차 회의 때와 같이 시정연설의 형태로 등장해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헌법 개정과 소폭 인선만 진행됐다. 내년 말로 마감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문제 등 내부경제와 관련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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