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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을 소외시킨 상태에서 차기 미 행정부와 양자구도로 북핵협상을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이에 따른 보상·지원문제에 대해 북한은 남한과 협의 할 것이므로 지금 단계에서 ‘남북대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공동 주최의 ‘한반도 정세 전망과 남북관계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안보통일연구부장은 “‘통미봉남’이든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든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으로서는 불리한 일이 아니다”며 “지금 당장 무리한 남북대화를 진행시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 연구부장은 ‘한반도 정세변화 전망과 한국의 대응’이란 주제발표에서 “북핵 협상이 잘 진행되어 핵 폐기 단계로 진전될 수 있다면, 결국 대북 지원이 가능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일 것”이고, “북한에 대한 대규모의 지원 의지를 갖고 있는 국가는 한국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한국과의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은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 연구부장은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를 통한 해결을 적극화하겠지만, 북한의 일탈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제를 동원 하는 등 유화 일변도의 정책만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진영의 대북정책은 클린턴의 방북이 제기되던 시점에서 재추진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도 있다”며 “페리 프로세스로 대변되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레드라인(rediine)이 존재했고 레드라인을 넘어 설 경우를 대비한 ‘planB’도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현 북한상황의 취약성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 약화 등 이완된 사회구조 ▲선군체제 하의 경제적 어려움의 심화 및 악순환 ▲북한경제의 대외의존도 증가 ▲김정일 건강 악화와 이후 지도체제의 미확립 등을 이유로 들었다.
토론자로 나선 제성호 외교통상부 인권대사도 “일부에서는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을 우려하고 있으나, 90년대 중반의 통미봉남이 재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미동맹 강화 추세, 6자회담 틀의 존재, 대북지원 등 외부세계 의존의 제한성 등을 근거로 삼았다.
이어 “6자회담 산하 경제·에너지 지원실무그룹 회의가 판문점에서 2차례 열려 남북한 당국자들이 만난 것은 완전한 통미봉남이 불가능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상생공영을 위한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통일연구원 박종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선택적으로 포용정책에 호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며 ▲남북간 공식·비공식 고위급 접촉 ▲6·15선언과 10·4선언 존중 표명과 국내외 상황에 따른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이행 계획에 대한 선별적 협의가 필요하고 제안했다.
이어 ▲‘비핵·개방·3000’ 구상과 ‘10·4선언’ 종합적 패키지로 검토 ▲단기·중기·장기 과제 수립 ▲남북대화를 고리로 한 대북인도적지원 ▲한반도평화체제 대책 마련 등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