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돌연 서해안서 중·대형 어선 조업 금지 지시…왜?

소식통 "당국, 어족 보호 명목 내세워...주민들은 中 어업권 임대 가능성 제기"

북한어선
북한 서해지구 인민군대 수산단위의 어선. /사진=노동신문 캡처

올해 초 북한 당국이 서해안에서 중·대형 어선의 조업을 금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어족 자원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을 내걸었지만, 어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조업권을 임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당국의 지시로 중·대형 어선은 일절 조업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뗏목 같은 작은 어선들을 제외한 배 대다수는 현재 뭍으로 올려진 상태”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신의주를 비롯한 평안도 일대 연안에서는 올해부터 이 같은 지시가 하달돼 중·대형 선박의 조업이 금지된 상태다. 다만 동해를 포함한 전국적으로 이뤄진 조치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지시를 하달하면서 북한 근해의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수산 자원을 보호, 증식시켜 수산업 발전의 새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이는 이전 신년사에서 ‘물고기잡이 전투’를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이다. 집권 초기인 2014년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고깃배와 어구를 현대화하고 과학적 방법으로 물고기잡이 전투를 힘있게 벌여 포구마다 만선의 뱃고동 소리가 높게 울리게 하며 바닷가 양식도 대대적으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이러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기름이나 어구가 부족해 어획량이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았다. 이에 북한 당국은 조업권을 중국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대북 제재로 수출길이 막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외화벌이 방법은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중·대형 어선의 조업을 금지한 이번 조치가 사실은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임대하는 조업권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사실 어족 자원을 보호하려면 먼저 중국에 조업권을 팔지 말아야 한다” “중국 어선들은 쌍끌이로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선 조업 금지에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어민들은 당국의 정책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찾아보고 있지만 일거리가 없다고 도토하고 있다”면서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탈북을 해야 겠다는 얘기를 농담조로 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형 어선들은 여전히 조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수익이 크지 않다”며 “그나마도 중국으로 밀수되는데 중국에서도 북한산 수산물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점점 벌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수산 자원 보호를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 때 시정연설에서 ‘수산물 생산과 가공에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를 볼 때 북한 당국의 수산 정책이 단순한 어획량 증대가 아닌 수산물 가공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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