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보다 美와의 적대 상태 중단 원한다”

《북-미 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완성하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임기 안에 최대한 북-미관계 진전을 기대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에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은 진정 핵을 포기할 것인가? 북한워치포럼이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박사의 의견을 들었다. 》

군부, 핵문제 논의자세 있다는 것 보이려 애써

포기 진심 알수 없어… 인내심 갖고 협상해야

지한파(知韓派)인 그는 지난달 10∼12일 미국 방북단 소속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 군부와 외무성 관리들을 만난 뒤 북한대학원대(총장 박재규) 1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4월 30일부터 3일 동안 한국에 체류했다. 인터뷰는 1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진행됐다.

―북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다. 그동안 미국 의회나 시민단체 등과 방북할 기회를 여섯 차례나 만들었지만 북한 또는 미국 내부의 사정에 따라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나 꼭 현장에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뉴욕에서 북한인들과 많은 대화를 해왔다.”

―평양 관광을 많이 했나.

“평양의 3대 호텔이라지만 아주 작은 호텔에 묵었다. 많은 것을 볼 시간이 없었고 그들도 많이 보여주지 않았다. 주체탑에 올라갔지만 안개가 끼어서 평양 시내를 많이 보지 못했다. 학생소년궁전에서 한 학생이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하지만 전시용으로 보였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은 것으로 보아 학생들이 이데올로기 수업을 받는 것이 명백했다.”

―기대했던 평양과 어떻게 달랐나.

“머릿속에 그려온 1960년대 모스크바나 동베를린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전혀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우리는 주민들과 대화할 수 없었다. 1950년대 부다페스트에서 본 것 같은 오래된 전차들이 다녔고 낡은 동유럽풍의 건축물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미국 방문단의 목적은….

“6자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북한의 누가 이 문제의 책임자인지도 알아보았다. 이름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정보와 이해를 가진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미국 측 방문자도 대부분 전직 고위 관리들이었다.”

―북한 권력자들은 미국에 무엇을 원한다고 했나.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더 나은 관계, 근본적 관계의 변화’라며 ‘철저한 정치적 보상’을 원했다. ‘우리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달라’며 북-미 간 적대 상태의 중단을 원한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만난 사람들의 메시지는 이것 하나로 수렴했다. 그들은 돈이나 경제적인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그들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았다. 대신 ‘우리를 테러지원국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그런 행동을 중단했다’고 했다. 그들은 또 미국이 자신들을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기대했다.”

―방북하기 직전 타결된 싱가포르 북-미 합의(4월 8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

“‘합의에 만족하며 미국이 합의사항만 이행해 준다면 우리도 의무를 다할 것이며 평화체제와 지역안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가 미국 방북단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북한의 군부와 외교관의 입장이 다르지 않으며 군부가 이 문제를 논의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궁극적으로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나.

“북한 사람들은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그들이 진심을 이야기하는지에 있다. 나의 대답은 ‘알 수 없다’이다. 이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북한이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을 통해 ‘단계별 행동(step by step)’으로 서로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북측 당국자들의 대화자세는 어땠나.

“그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지만 기분이 순식간에 변하기도 했다. 그들은 ‘남한 새 정부가 우리와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들에게 돌아온 것은 핵 선제공격 발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안에서 식량난 징후는 느끼지 못했나.

“평양 시내에서 식량난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다. 시장에도 갈 수 없었다. 북한 사람들에게 경제가 어렵냐고 물어보았으나 대부분 대답을 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로 슬쩍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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