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독립채산제 직장만 국가배급제 폐지한다

북한이 독립채산제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직장이나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의 식량배급을 모두 임금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지난 8일 전달된 중앙당 방침에 따라 앞으로 일부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의 식량배급제를 없애고 모두 생활비(임금)로 평가해 주기로 했다”면서 “국가계획을 할당받는 단위는 기존처럼 배급제가 유지되고, 독립채산제를 보장받는 생산단위만 생활비 체계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식량배급이 없어지는 단위는 생활비가 지금보다 크게 오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생활비 인상폭은 공장마다, 혹은 직장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국가가 지시한 생산계획 이외의 생산 및 판매, 분배는 공장기업소의 자율적인 처리 권한을 독려해 왔다. 


이를 두고 초과 이윤에 대한 분배와 처분 권한을 공장기업소에 일임한다는 측면에서 인센티브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북한 내부에서는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공급 의무를 생산단위에 떠 넘기는 명분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북한의 공장기업소는 경제전략에서 차지하는 역할, 생산력, 노동자 수 등을 고려해 특급에서 7급까지 8단계로 분류된다. 특급, 1급, 2급, 3급 등 대형 공장기업소는 모두 중앙(내각 및 각 성) 직할이며, 산하에 다수의 ‘직장’을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일부 직장은 공장 기업소의 자체 운영비를 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독립채산제’ 원리로 운영되어 왔다. 각 지방에 소속된 50~500여명 규모의 생필품 공장이나 경공업 공장들(4~7급) 중에는 아예 공장 자체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생산단위에만 ‘전면 임금제’를 계획함에 따라, 기대했던 ‘개혁개방’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전체 공장기업소 중에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생산단위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제2경제’로 분류되는 군수공장이나 중앙 직할 공장기업소 등 메머드급 핵심 단위들을 모두 제외함에 따라 2002년 7.1조치에서 강조된 ‘독립채산제 강화’ 기치를 재현, 보강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북한의 한 특급기업소에서 일했던 탈북자 A씨는 “군수공장이나 중앙급 공장기업소를 제외하면 실제 독립채산제로만 운영되는 생산단위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 “모든 공장기업소의 생산 총액으로 따져보면 최대 10%정도, 모든 공장기업소 노동자 총 숫자로 따져볼 때는 최대 2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반 주민들의 호응도 시큰둥 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함경북도 온성의 한 공장에서는 식량배급을 없애는 대신 로임(임금)을 6배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면서 “2천원 받던 월급을 1만 2천원으로 올려줘봐야 쌀 2~3kg 사기도 바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13일 온성시장의 쌀 가격은 5,000원(kg)을 넘어섰다.


같은 공장기업소에서 서로 다른 직장간 위화감 문제도 예견된다. 이번 조치가 시행될 예정인 무산광산기업소의 경우 핵심단위라고 할 수 있는 ‘선광(選鑛)직장'(국가예산제 적용)들은 기존 식량배급과 임금체계가 유지되지만, 폐고철로 무쇠 냄비 등을 제작해 시장에 내다파는 ‘생필직장'(독립채산제 적용)은 식량배급제가 없어지고 임금만 지급될 전망이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은 최근 2년간 시장 쌀 가격이 최소 5배 이상 상승하는 등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상기할 때, 현금 소득 밖에 남지 않은 독립채산제 단위 소속 노동자들은 당분간 실질소득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소식통은 “어차피 배급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러면 어쩌고 저러면 어쩌냐’는 식으로 냉소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매달 3~5kg 정도 식량배급을 받던 노동자 가족들은 ‘이젠 아예 죽으라는 소리’라며 불만을 표출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6월 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부에 공표했다. 국가가 협동농장과 공장기업소의 초기 생산비를 투자하고, 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국가와 생산단위가 일정비율로 분배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6.28 방침이 공표된 이후 북한의 시장환율 및 물가는 고공비행 중이다. 15일 기준 함흥에서는 쌀이 6000원(kg), 신의주에서는 1위안(元)이 북한 돈 980원에 거래되는 등 시장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면적인 시행을 앞둔 새로운 경제관리조치에 불안해 하고 있는 주민들이 외화 및 쌀 확보에 나선 탓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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