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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이 풍작을 맞이함에 따라 농촌으로 이주하는 도시노동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중국 지안(集安)에서 만난 여행자 김주환(가명. 36세. 자강도)씨는 “지난해부터 도시에서 먹고 살길이 없는 사람들이 농촌의 집단농장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조금씩 있었는데, 올해 농사가 잘되고 보니 농촌으로 가서 먹고 살려고 하는 노동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력이 필요한 농촌에서 30대 이하 청년들은 남녀 상관 없이 받아준다”는 것.
지난해 자강도에서 다른 지역 농장으로 이주한 김씨는 “지금 군수공장이나 주요 기간기업소를 제외하면 임금과 식량배급을 제대로 받는 노동자들이 드물다”며 “여자가 장사를 하는 집도 끼니 걱정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촌의 집단농장에서는 수확물을 직접 분배해주고 개인이 새로 개간한 땅은 ‘땅세’만 바치면 수확물을 개인이 가질 수 있다. 김씨는 “개인 텃밭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에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면 옥수수밥이라도 하루 세끼 걱정없이 먹는다”고 설명했다.
농사 풍년, 노동자들 기대심리 높아져
그는 또 “올해 농사가 잘되니까 농장원들에 대한 분배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겨 겨울이 오기 전에 농촌으로 이주해서 내년 농사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우리 농장에도 벌써 4세대가 이주신청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자신이 이주하고자 하는 지역의 ‘리(里)당 관리지도원’의 이주 승인을 얻게 되면 ‘승인서류’를 가지고 거주지 인민반과 소속기업소에 신고만 하면 된다. 리(里)당위원회는 이주하는 사람의 주택을 지정해주고, 소속될 작업반을 결정해준다.
지난해 12월 농장으로 이주한 김씨는 올해 본인의 식량 분배량을 가족 포함 ‘800kg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씨가 소속된 농장은 1인당 1년을 600 공수(工數-노동자 1인의 하루 작업량이 1공수)로 잡는데, 1공수에 식량 600g으로 계산된다. 산술적으로 360kg이 분배되어야 하지만 김씨는 250kg 정도를 예상했다.
김씨는 “농장사람들은 작년에 200kg 정도 받았다고 했다. 올해는 농사가 잘 되었으니까 50kg은 더 주지 않겠나? 아내도 농장에서 일하는데,아내와 내가 500kg 받고, 아이들 둘 합쳐서 한 300kg정도, 합쳐서 약 800kg 정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 배급제’ 부정적, 어린애도 국가정책 안믿어
김씨는 올해 초부터 동네 산비탈에 개인 경작지를 개간했는데 땅세로 북한돈 8천원 정도를 냈다고 했다. 김씨가 개인 경작지에서 수확한 옥수수는 80kg가 조금 넘었다. 세금 8천원을 옥수수 20kg 정도로 계산하면 올해 약 60kg 정도의 개인 수확을 거둔 셈.
한편, ‘국가배급제 재개’ 여부에 대해 김씨는 “아무리 풍년이라도 군수공장이나 기간기업소를 제외한 경공업 부문이나 현재 거의 가동되지 않는 8.3부문(일용품 생산공장) 기업소까지 배급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당간부들과 군대를 먹일 식량을 먼저 확보했는데도 하급간부들과 군인들이 배고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수확량이 늘면 그들부터 배불리 먹일 텐데, 생산도 안 되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식량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북한에서는 10살 먹은 아이도 국가정책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지안(集安)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