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접고 ‘核능력 키우기’ 나서나?

북한은 8일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핵(核)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탈퇴 선언→핵시설 복구→핵·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선언’ 등 로켓발사 후 북한의 연이은 강경조치로 당분간 북핵정국의 ‘해빙’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우리를 변함없이 적대시하는 상대와 마주 앉았댔자 나올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는 이미 밝힌 대로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변인은 “우리가 최근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은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그 누구의 주의를 끌어 대화나 해보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서도 대변인은 “국방공업을 물리적으로 말살하려고 책동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즉 로켓발사나 핵실험이 미국 등과의 대화나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로켓발사=위성발사=국방공업’이라는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앞서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을 순방 중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7일 “미국은 북한과 다자 및 양자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해 왔다”며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재의 긴장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엔 제재에 앞장섰던 미국이 이처럼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북한이 곧바로 ‘거부’의사를 밝힘에 따라 당분간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북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최근의 일련의 군사적 조치들을 안보와 경제적인 이유라고 강변한 것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돼 이를 인정하지 않는 오바마 행정부와 극한 대립도 예상된다.

이미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보여줬고, 향상된 장거리 로켓발사 능력까지 보여준 마당에 종래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북한이 대내외 선전매체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를 부시 행정부와 동일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두, 핵물질, 운반기술’ 보유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과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유지하자, 북한은 ‘먼저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오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구호로 내걸며 체제 이완을 막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체제불만은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일은 미국과 ‘비핵화 게임’을 통해 후계세습 여건도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결국 북한의 주장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이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고 있는데 미국이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아 불만스럽다는 뜻이다. ‘핵보유국 인정’ 여부는 북한의 ‘몸값’, 즉 경제적 보상과 협상력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강공에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할 관심도 없고, 그럴 의향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전개에 대해 북한은 당장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추후 협상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술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당분간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더 큰 보상을 암시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먼저 대화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하더라도 핵지위국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라며 “미국도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분간 경색이 불가피 하다”고 예상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북한은 ‘벼랑끝 외교’를 통해 긴장국면을 더 조성 후계 등 내부문제에 활용하려는 것”이라면서 “핵보유국의 기정사실화 과정을 밟으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