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와 전쟁책동 양립 불가” 대미 비난…’판 깨기’는 경계

최근 미국 내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론이 불거진 가운데,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31일 “대화와 전쟁책동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화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는 그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조미(북미)대화가 아무런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고 화해의 싹이 트기 시작한 두 나라 사이에 좀처럼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근본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최근 일본, 필리핀, 한국 진해 해군기지에서 진행된 미군 특수부대 훈련을 ‘엄중한 군사적 적대행위’로 간주하며 “만약 지난해처럼 조미관계가 다시금 악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가 최악의 전쟁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러한 군사적 음모를 작당한 장본인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은 대화를 떠들면서도 초보적인 신뢰조성을 위해 손톱만큼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을 뿐아니라 오히려 뻔뻔스럽게도 ‘선(先) 비핵화’라는 부당하고 강도적인 요구만을 집요하게 들고 나오고 있다”면서 “미국은 백해무익한 군사적 도박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조미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자기 할 바를 제대로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간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북미는 비핵화를 둘러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 언급도 이 같은 대북 압박 기조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미연합 훈련을 현재로서는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초강경 메시지로 해석됐다.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군사훈련 카드를 꺼내든 것은 고강도의 압박을 통해 현재의 교착국면을 뚫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됐지만, 한편에서는 어렵게 마련된 비핵화 협상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자칫 북한에게 유리한 빌미만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the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ingapore

아니나 다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당 발언이 나온 이튿날 “현 시점에서 한미 워게임(war game)에 많은 돈을 쓸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대신 그는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원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책임론을 내세웠다. 북핵 협상의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비핵화 선행 조치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북한도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대화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발전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관련해 북한이 여전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그리고 외무성 등 당국 발표나 대내용 매체가 아닌 대외선전매체가 대미 비난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조윤제 주미대사는 30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북한도 대화 모멘텀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는 확실하다”며 “북측도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의 지속이 없이는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 협력·발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떻게든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기 위해 대화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