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선 평양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가정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주의 건설 동원령’에 따라 건설 현장에 투입된 대학생에게도 ‘돈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 식의 논리가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척 방문 차 중국에 온 평안도 주민 A씨는 8일 데일리NK와 만나 “10만호 건설 현장 등 평양 시내와 근처 도로변 건설 현장 등에 많은 대학생들이 투입됐다”며 “현재 평양 소재 대학엔 박사나 수재로 인정된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생들이 건설 현장에 동원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데일리NK는 지난 6월 중순 경부터 평양 소재 대학들과 비교적 규모가 큰 지방대학에 ‘사회주의 건설 동원령’이 내려져 대학생들이 각종 대규모 공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7월 10일자 보도 (北대학생 동원 10만호 건설…”우상화 지역부터”)
A씨는 “월 100달러를 해당 대학에 바치면 건설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서 “간부집이나 큰 장사를 하고 있는 세대들의 자녀들은 다 (건설 현장 동원에)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1달러당 환율은 2500~2700원 수준이다. 따라서 월 25만원~27만원을 대학에 제출해야 건설 현장에 동원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1kg이 21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대략 쌀 120kg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일에 6kg(1끼 500g)이 필요하다고 계산하면 약 20일치에 해당한다. 화폐개혁 이후 보유 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대다수 가정에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A씨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동원기간은 각 대학에 지정된 건설 현장의 완공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인한 원료·자재부족 등으로 건설 작업의 진척이 더디면서 대학생들의 동원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그는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학생들은 공부도 못 하고 근 1년 동안 건설 작업을 할 것이란 소문”이라며 “현재 주민들 사이에는 ‘2년 대학은 3년, 4년 대학은 5년을 다녀야 한다’ 식으로 대학과정이 1년 늘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돈이 없는 가정에선 건설 현장에 나가 있는 자녀들 걱정에 근심이 크다고 한다. A씨는 “없는 집 부모들은 1년 동안 그 돈을 어떻게 대냐면서 울고불고 난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 건설 현장에 동원되면 대학에서 숙식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동원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학생들이 대학에 내야하는 돈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