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표 유엔총회 연설 내용과 의미

북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의 28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 메시지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면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북미 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것이 골자였다.

14분에 걸친 연설에서 박 부상은 자신들의 로켓 발사를 평화로운 위성 발사로 포장하고, 안보리에 대해서는 “불평등한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미국 정부의 횡포에 도용되는 기관”으로 묘사했다.

안보리가 지난 50년간 5개 상임이사국 위주로 운영되면서 유엔에서 가장 비민주적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비상임이사국 수 확대와 안보리의 주권 관련 결정을 유엔 총회에서 승인받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촉구하면서 안보리 결정에 대한 불만의 공감대를 확산시키려는 전략도 구사했다.

또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인정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특히 박 부상은 미국에 대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대조선 핵 정책이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미국이 6자 회담 재개를 촉구하면서도 사전에 북미 양자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실제로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사전 조율 작업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이 발언은 미국 측을 압박하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끝나고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섰지만 지난 8개월 동안 북.미 관계의 가시적 진전은 없고 오히려 유엔 등을 통한 대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에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가 낡은 대결관념을 버리고 최근에 여러 번 천명한대로 변화의 입장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박 부상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날 그의 전반적인 연설 내용은 과거 북측 대표의 유엔 총회 연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자국의 입장을 옹호하고 미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라든가, 인권 문제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일축한 것 등은 거의 내용이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기존에 해 왔던 대남 비방이 사라지고 일본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일 장군님의 아량’이라는 상투적 전제를 달긴 했지만 “북남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대남 비방을 일절 하지 않았다.

지난해 총회 연설 때 “최근 북남 관계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하는 정권이 출현하여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역사적 북남 선언들이 남조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시당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리 정부를 겨냥하고,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현 남조선 정부의 대결 정책의 반증”이라고 몰아세웠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 일본에 대해서도 “조일 관계 문제가 반세기 넘게 해결되지 못한 기본원인은 일본이 자기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침략역사를 미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일본은 절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해 일본 대표의 반발을 불러왔던 지난해와는 차이가 있었다.

최근 일본에 과거 자민당 정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신들의 이른바 `강성대국 건설’ 슬로건에 대해 “우리가 경제강국으로 되면 지역의 경제발전에도 새로운 활력이 되고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서도 의미있는 구성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한 점도 눈에 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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