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0차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출석한 북측 대표단이 유사시 미성년 아동들을 소년병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현지에서 활동 중인 NGO 대표단이 26일 전해왔다.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제네바 팔레 드 윌슨에서 열린 ‘북한 아동권 실태와 북한 당국의 개선노력에 대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UNCR-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심의’에서 북한대표단 강윤석 북한 아동권리협약 민족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이같이 말했다고 이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북한의 소년병 문제를 지적하는 위원들의 질문에 “법률적으로 볼 때는 현재 우리는 정전상태에 있는 나라이고 침략위험을 받고 있는 나라”라며 “군사교육까지는 아니고, 상식적으로 유사시 학생들도 나라의 위기에 전쟁시 참여할 수 있도록, 나라가 있어야 민족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느 정도 군사상식 차원에서 교육을 주는 것은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성년자(만 16세)를 상대로 모병활동을 벌이는 한편, ‘소년단’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을 통해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군사교육을 실시해왔던 점 때문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위원들은 먼저 북한에서 형사처벌, 군복무 등과 관련하여 아동과 성인을 구분하는 나이 계산법이 어떻게 적용되는가 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지만, 협약도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그보다 적은 기준으로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오랜 역사적 경험상 17세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숙한 성인이라고 보고, 민법에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기준 나이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형사처벌에서는 18세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의 한 의원이 “북한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1세인가 0세인가?”하는 질문을 던지자 강 위원장은 한동안 답변하지 못하고 단상에서 동료들과 상의한 이후에 ‘0살’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또 북한 아동들에 대한 형사 처벌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우리 나라에는 ‘구속처분’으로는 자택구속처분, 지역구속처분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아동들에 대해서는 자택구속처분으로 집에 보내놓고 관련된 조사를 하고 교육을 하고 있다”며 “공화국에는 1960년대까지는 소년교화소가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범죄건수가 적고 미성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 가정, 거주지역 단위에서 잘 짜고들면 교양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 소년교화소를 없앴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성인 수용시설에는 아동이 함께 있을 수 없다. 어디서 그런 자료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며 “감옥시설에서 아기가 태어날 경우에도 공화국 법에 따라서 산전, 산후에 충분한 휴식과 시간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단은 집단체조 ‘아리랑’을 비롯한 북한 당국의 정치행사나 ‘모내기 전투’등에 북한 아동들을 동원함에 따라 아동들의 등교율이 떨어진다는 위원회의 지적에 대해서는 “취학률은 100%이지만 등교율은 그보다 낮을 수 있다고 인정한다”며 “그 원인은 자연재해 등 불가피한 이유로 등교를 못하는 경우는 있고, 실제도로 교통이 끊어져 등교를 못한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 아동들이 농촌동원이나 다른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문제는 전혀 없다”며 “북한의 학교에서 수업은 오전에 하고 오후에는 과외소조활동 시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예술, 체육활동을 한다.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붙잡아놓고 일을 시킨다고 하는 것은 어디에서 입수한 자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양희 위원장이 “많은 뉴스들에서 북한의 아리랑공연이 보도된 바 있는데, 그 준비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아동들의 학업시간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북한 대표단은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는 한쪽 측면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며 “그저 몇 시간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다고 볼 문제는 아니고, 교육은 지식, 육체적 발달, 감정, 정서발달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 당국대표단의 리철 단장(북한 주제네바 대사)은 약 5분 정도의 모두발언을 통해 “외부세력들의 압살책동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사업들을 전국가적, 전사회적 관심 속에서 펼쳐왔다”며 북한 아동들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원회 위원들의 질문들이 쏟아지자 “내가 이 자리에 계속 있으면 불필요한 논쟁이나 정치적인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 제기해주신 질문들에 대해서는 함께 온 우리 대표단의 법률 전문가들이 답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자리를 떴다.
한편, 현지에서 심의과정을 모니터 중인 북한인권시민연합-아시아인권센터측 공동대표단은 “나이 계산법에 대한 문제는 ‘형사처벌은 성인에게만 적용된다’거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17세의 성인이 된 경우에만 자원입대 형식으로 군대에 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측 설명에 따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연령계산(chronological age)이 적용될 경우 아동에 대한 사형집행, 15~16세 아동의 소년병 동원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계속 진실을 밝혀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의과정이후 위원회가 주목하거나 우려하고 있는 사항, 북한 정부에 대하여 제안하는 권고사항 등을 담은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는 1월 31일경 정식 채택되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에서 통보해온 북한 당국 대표단 명단>
1. 리 철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북한정부대표단 단장)
2. 강윤석 (북한 최고인민회의 입법부 부부장, 북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민족조정위원회 위원장)
3. 계천용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부대사)
4. 김명철 (북한 최고인민회의 입법부 국장, 북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민족조정위원회 위원)
5. 장일헌 (북한 외무성 국장, 북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민족조정위원회 위원)
6. 김성철 (북한 외무성 과장, 북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민족조정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