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표단, 김정일의 ‘말 빚’ 받으러 왔나?

▲ 북측 대표단 권호웅 단장(좌)과 정동영 장관

이번에는 결국 ‘쌀회담’인가?

회담에 돌입한 정동영 남측 수석대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생사, 주소 확인을 위한 적십자 회의 7월 중 개최’ ‘8.15 이산가족 상봉모임’ ‘화상 상봉 준비기획단 회의 제안’ ‘국방장관회담 개최’ 등 여러 의제를 내놓았다.

북측 권호웅 단장은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상호비방 방송 중단과 “식량사정이 어렵다”며 구체적인 양까지 밝혀 요구했다. 북한이 요구한 식량지원규모는 40만톤이라고 정부당국자는 말했다. 국내산 10만 톤과 동남아산 30만 톤을 지원하려고 해도 1,400억 원이 든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노리는 목적은 식량 40만 톤이다. 남측이 정히 고집을 부리면 금강산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화상 상봉을 허락해주고 쌀을 챙겨가겠다는 의도다. 핵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답을 피하고 있다.

“미국이 우호적으로 대한다면 단 한 개의 핵무기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김정일의 발언을 반복하며 ‘7월 중 6자 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핵 문제는 남한 상대 안해

북한은 장관급 회담에서 남한이 핵문제에 숟가락을 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한이 관여할 바가 아니니 상관 말라는 태도다.

6.15 행사에 남측 대표단 일행이 올라갔을 때 조평통 부위원장 안병수는 “북한 핵이 남한 안보를 지켜준다”는 망발을 했다. 식량 요청도 우리의 핵이 남한을 ‘보호’해주니까, 너희들도 핵개발 값을 좀 내라는 식이다.

남한 사람들은 그런 말을 그냥 ‘헛소리’ 정도로 치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고위관리의 말은 남한 사람들이 여유를 부리며 하는 농담과 성격이 다르다. 말 한마디에 생사운명이 좌우되는 북한체제에서, 그것도 김정일의 측근이 주책없이 그런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상부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이번 장관급 회담은 평양에서 김정일이 오로지 ‘말’로써 정동영 장관에게 ‘정치적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준 만큼, 김정일이 사람들을 보내 ‘우리가 던져준 말에 쌀수확을 거두고 오라’는 어명을 받고 흥정하러 온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