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일압박 공세 나서나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뒤늦게 북.일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공개하면서 일본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나서 주목된다.

중앙통신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회의기간 일본의 요구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일본이 납치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이 문제와는 대비도 안되는 자기의 죄 많은 과거를 청산하고 6자회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2.13합의’에 따라 관계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납치문제에만 집착해서는 회담이 진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북일간 회의가 종료된 지 10여일이 지났고 뒤늦게 중국 베이징에서 제6차 6자회담이 열려 실무그룹회의 내용을 보고받는 기간에 이러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일본에 대한 압박공세를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납치문제 해결 요구를 정치적 공세로 일축하면서 북일관계가 경색된 것은 일본 책임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일본에 대해 공세적 입장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우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정치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0월 ’9.19공동성명’ 합의 직후 위조지폐 유통 혐의로 동결됐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가 미국의 유연해진 입장 속에서 ’전액해제’라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여기에다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국빈급 예우 속에서 미국의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고 테러지원국 해제 및 대적성국교역법 대상 배제 방침 등을 재차 약속받았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일본을 ’미국의 하수인’ 등의 표현으로 부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미국의 변화가 결국 일본의 대북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최근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하면서 ’고노 담화’를 수정할 움직임 등을 보여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대일공세를 강화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 등은 북한이 일본에게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과거청산’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적극적인 과거사 청산요구를 해나가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발표한 논평에서 “일본이 무조건 해야 할 일은 우리 인민에게 저지른 과거죄행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라며 “일본은 이번 실무그룹회의에서 조선인 강제연행과 납치, 100여만명 학살, 위안부 문제와 같은 특대형 반인륜범죄에 대해 조.일평양선언을 왜곡하면서까지 과거청산을 외면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가 외교적 곤경까지 덥쳐 선거에 패배한다면 북한으로서는 강경한 일본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일본을 겨냥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BDA문제의 해결과정과 ’2.13합의’,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등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변화를 느낀 일본도 최근들어 초조감을 나타내고 있어 북한의 공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납치문제에서 해결이 없으면 ’2.13합의’에 따른 대북에너지 지원에 동참할 수 없다던 일본은 이번 6자회담을 앞두고 한국측과 사전협의를 요청해 진행상황을 듣기도 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만큼 북한은 일본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일본이 선거를 앞두고 정책변화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인 만큼 관계개선을 위한 실질적 움직임 보다는 선전전 등을 통해 대일공세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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